[기자수첩]'임블리 호박즙 곰팡이' 사태의 교훈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19.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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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블리'(본명 임지현)가 '호박즙 곰팡이'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임블리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84만명)가 많은 인플루언서 겸 기업인이다.

일명 '임블리 호박즙'은 붓기 제거에 효과가 있다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붓기즙'으로 불린 제품이다. 한 구매자가 곰팡이를 발견했는데 임블리 측에서 환불이 어렵다는 초기 대응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임블리는 환불 조치에 나섰지만 때는 늦었다.



호박즙 곰팡이 사태는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먹거리 안전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SNS를 통한 먹거리 구매 이슈는 '미미쿠키' 사태를 겪은 터라 파장이 크다. 마트 제품을 포장만 바꿔 '유기농 수제쿠키'로 속여 판 사건이었다.

이번 일로 여실히 드러난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SNS라는 간편한 수단을 통해 전문성 없는 판매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현실이다. 임블리는 패션·뷰티를 전문영역으로 삼고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블리 픽'이란 명목으로 호박즙이나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했다. 자신의 이름을 앞세워 쉽게 홍보했으나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책임을 지는 데는 미흡했다. 제조업체 측 해명 위주의 게시글로 '책임을 전가했다'는 비난도 샀다.



시장성장 속도를 규제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도 크다. SNS 마켓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생겨난 부작용이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적용 예외로 정하고 있는 '음식료 등을 인접지역에 판매하는 거래'를 좀더 한정하는 내용의 개정안, 통신판매업자 신고 없는 거래를 규제하는 내용의 개정안 등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는 건 긍정적이지만 '아무나' 판매자가 돼서는 곤란하다. 인플루언서에겐 팔로워 수에 걸맞은 책임감이, SNS 시장엔 규모에 걸맞은 최소한의 규제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자수첩]'임블리 호박즙 곰팡이' 사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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