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육군에 따르면 21사단 통일대대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는 허준녕 대위(31·군의사관48기)는 뇌졸중 치료의 후유증을 예측할 수 있는 AI 예측모델을 개발했다.
장병들을 진료하고 있는 허준녕 대위 /사진=육군 제공
그동안 뇌졸중 급성기 치료의 경우 와이어를 뇌혈관에 넣어 약을 투여한 뒤 혈전을 빼내는 '침습적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히려 치료로 인해 환자의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후 허 대위는 뇌졸중 치료 후 환자의 회복 정도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평소 프로그래밍을 즐겨 공부하던 그는 AI의 능력을 뇌졸중 치료에 접목하는 방안을 구상해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허 대위는 3개월 동안 2602명의 환자 데이터를 검수·입력해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였다. 약 7개월간 연구를 거듭한 끝에 얻은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허 대위가 개발한 모델은 기존 70% 미만이었던 결과 예측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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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개발한 AI모델의 구동방식은 38개의 인자(因子)를 입력하면 치료 3개월 후 환자상태를 AI모델이 예측해 알려주는 방식이다. 인자는 △나이 △성별 △흡연력 △증상발생 후 내원시간 △뇌졸중장애척도(NIHSS) △초기혈압 △과거력 △약물복용력 △피검사결과 등이다. 환자상태는 0~6단계의 장애 예후척도로 설정돼 0~2이면 '좋음', 3~6이면 '좋지 않음'으로 나타난다.
그는 연구결과를 의료 현장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도록 논문으로 작성했다. 그의 연구는 뇌졸중 환자의 후유증 예측을 통해 치료여부·방법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AI모델 특성상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예측률이 향상될 전망이다.
허 대위는 “치료 과정에서 합병증을 유발하는 병도 있다. 뇌졸중도 예외는 아니다”며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해야만 환자를 살릴 수 있기에 의사로서 항상 고민해왔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허 대위는 이번 연구뿐만 아니라 의과대학을 다니던 2012년에는 뇌졸중 응급진단 관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뇌졸중 119’를 개발했다. 뇌졸중 간이 진단법, 전문병원 위치 안내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앱은 현재 1만명 이상 다운로드받았다.
허 대위는 “뇌졸중은 단일 질환 사망원인 1위인 질병임에도 너무 알려진 게 없어 골든타임을 놓치는 안타까운 일이 많다.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약만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장병을 가족처럼 여기고 아픔을 만져줄 수 있는 세심한 군의관이 되고 싶다”고 다짐을 밝혔다.
육군 21사단 군의관인 허준녕 대위가 개발한 앱 ‘뇌졸중 119’의 화면 /사진=육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