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반도체 위기론, 부품·소재기업에도 눈 돌려야

머니투데이 이용범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대표 2019.04.15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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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용범 반도체산업구조화선진화연구회 대표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수출 효자 노릇을 하며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반도체 산업이 지난해 연말부터 가격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2016년 6월 2.94불에서 2018년 8.19불까지 278.6%급등했다가 올해 3월말 4.56불로 떨어지는 등 하락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도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하고 투자와 소비·고용까지 하강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하향 조정하는 등 ‘경제 위기론’도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위기론과 이에 따른 경제 위기론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슈퍼호황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16년 6월부터 2018년 중반까지 D램 가격이 3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상위 3사는 영업이익이 50%를 넘는 슈퍼호황을 누렸으며 삼성전자는 24년동안 종합 반도체 1위를 지키고 있던 인텔을 누르고 지난 2017년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에 올라섰다.

반면 이러한 슈퍼호황의 성과 이면에는 수출증가 착시 등 부정적인 부분이 자리하고 있다. 1960년이후 역대 최장기간 수출 마이너스 성장(2015년 1월 ~ 2016년 7월)은 반도체로 인해 뒤바뀌었다. 반도체 호황으로 2016년 중반부터 수출이 증가로 돌아선 것. 메모리 가격폭등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양대 대기업은 2017년 48조7000억원, 2018년 65조4000억원 등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하지만 메모리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PC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반도체 장비 업체들도 혜택을 보지는 못 했다. 주요 업체의 투자가 미뤄지거나 축소되면서 중견·중소업체들이 수주 감소로 임금삭감·인력축소 등 위기를 맞은 것.

어쩌면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반도체 위기’가 아니라 지나치게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와 취약한 생태계로 인한 ‘중견·중소업체들’의 위기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현실적인 대안은 메모리에 비해 시황의 부침이 적은 비메모리 육성 등 중장기 대책과 더불어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하는 장비 및 부품·소재 산업 육성 등 건실한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다.

현재 메모리 세계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반도체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장비 국산화율은 20%수준이며 세계시장 점유율은 장비 10.1%, 소재는 9.9% 수준이다. 세계 최강인 메모리 소자 산업을 중심으로 장비·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한다면 중국 반도체 굴기 및 향후 전개될 인도·베트남 반도체 굴기 등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성과를 거둘수 있을 것이다.


규제 문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달말 예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 확정과 관련 ‘고용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권’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 명시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 등 모호한 문구로 인해 작업중지 명령이 남발되면 사소한 문제에도 공장을 세워야 해 반도체 공장의 경우 수천억원에서 조(兆) 단위의 피해를 볼 우려가 있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일자리 측면에서도 그렇다. 메모리 반도체 소자 대기업 2개가 7만여명(삼성전자 DS부분 4만 5000여명, SK하이닉스 2만 5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비해 반도체 장비 및 부품·소재 업체(10인 이상 고용)는 2만 8000여개로 고용인력도 143만명에 이른다. 연관 업체 육성은 고용 창출에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것이다.

이용범 반도체산업구조화선진화연구회 대표이용범 반도체산업구조화선진화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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