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1일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라브로프 외무상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현지에서도 김 위원장 방문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실제로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면 2012년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첫 북러 정상회담이 이뤄지게 된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부터 북한의 우방으로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은 2000년 7월 평양에서 푸틴과 회담한 바 있다. 김정일은 또 사망 약 4개월 전인 2011년 8월 시베리아 주요 도시인 울란우데에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지난 8일 "김정은이 마침내 러시아의 초청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노이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김정은은 모스크바의 도움이 절실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2~2003년 북한 핵위기 당시에도 러시아는 북한을 지지하며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주장했다. 중국 베이징 소재 민간 싱크탱크인 반고지고(盤古智庫·Pangoal Institution)의 뤄전 연구원은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건 안하건, 방러설 자체로 북미 대화만이 북핵 해결의 유일한 방안이 아니라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미국을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완전한 비핵화 전 제재 완화는 없다는 미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 견제라는 목적에서는 러시아와 북한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한 러시아가 중국 이상으로 북한 문제에 개입하려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지난 4일 '냉전 시대 동맹인 러시아와 북한이 다시 결합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에 공통된 불만을 가진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제재를 풀기 위해 곧 만날 것은 거의 확실하며, 미국은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