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난민 20만명' 캐나다, 이민법 강화한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4.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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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신청자 수, 美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급증'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이민자의 천국'으로 여겨지던 캐나다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미국 이민법 강화에 따라 난민이 캐나다로 대거 몰리면서다.

9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C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지난 8일 타국에서 이미 망명 신청을 한 사람이 캐나다에서 망명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다. 빌 블레어 국경안보장관은 이러한 조치가 "쇼핑하듯 망명지를 찾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92쪽가량의 일괄 예산안에 포함된 이민 및 난민보호법(IRPA) 개정안은 망명 신청자가 캐나다와 정보동맹을 맺은 나라에 이미 난민 보호 신청을 한 경우, 대상자로서 부적합한 것으로 규정한다.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소속 국가는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 등이다.



기존의 부적합 사유로는 이미 캐나다에서 망명 신청이 거부당했거나 범죄 기록으로 인해 허가하지 않은 경우, 다른 곳에서 난민으로 승인된 경우 등이 있다.

WSJ은 집권당인 자유당이 다수임을 고려할 때 해당 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기 난민 20만명' 캐나다, 이민법 강화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금까지 이민자와 난민에 대해 환영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망명 신청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자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반대 여론을 의식해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망명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데는 이웃 나라 미국의 영향이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법 강화 기조로 인해 미국에서 거절당한 망명자들이 캐나다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캐나다 이민 및 난민국에 따르면 2011년~2016년 한 해 1~2만명 내외던 망명 신청자 수는 2017년 5만390명, 2018년 5만5025명을 기록하며 2배 넘게 늘었다. 2017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해이다. 현재 망명 신청 대기자 수는 20만명을 넘어 난민국의 심사 결과를 받으려면 평균 20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민자가 늘면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마찰을 빚기도 있다. 지난해 7월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는 트뤼도 정부의 이민자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당시 포드 주지사는 성명을 내 "(이민자 환영 정책이) 주택난을 불러왔고 온타리오 주민들이 누릴 공공 서비스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러한 혼란은 100% 연방정부 탓이니 비용도 연방정부가 100% 내라"고 요구했다.


캐나다 내 난민 활동가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난민 보호 단체 100여곳을 대표한 캐나다 난민위원회 재닛 덴치 상임이사는 "경악스럽고 매우 실망스럽다"며 "(개정안은) 난민 인권에 지독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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