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가 사망한 '르완다 대학살' 25주기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4.0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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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명 사망·25만명 강간 피해… 생존자 35%은 정신 이상 증상 보여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르완다 당시 인구의 10분의 1에 달하는 80만명이 사망한 '르완다 대학살'이 25주기를 맞았다.

7일(현지시간) BBC는 르완다 정부가 대학살 25주기를 맞아 100일 동안 추모기간을 갖는다고 보도했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키갈리(르완다의 수도)에 위치한 25만명 희생자가 잠든 대학살 기념관을 찾아 "르완다는 다시 한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은 카가메 대통령이 100일 동안 타오를 성화에 불을 붙이며 시작됐다. 카가메 대통령은 연설에서 "(학살이 일어난) 1994년엔 희망은 없고 어둠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이곳에서 빛이 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은 촛불을 들고 2000명이 넘는 시민들과 함께 의회부터 야마호로 국립경기장까지 '추모의 행진'을 진행했다.



르완다 대학살은 1994년 4월 7일 후투족 군부 및 강경파가 투치족과 후투족 중도파 80만명을 100여일 동안 학살한 사건이다. 이 사태는 전날 후투족 쥐베날 하비야리마나 당시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격추돼 사망하면서 벌어졌다. 후투족 군부는 투치족 저항군 르완다애국전선(RPF)을 배후로 지목하고, 투치족을 대량 학살했다. 남성, 여성, 아이를 가리지 않았고 산 채로 불태우거나 칼로 난도질, 사살, 무차별 폭행 등 살해 방법도 다양했다. 최대 25만여명의 성인 여성이나 미성년자가 최소 한 차례 이상 강간당했다.

이 학살로 인해 소수 민족인 투치족 인구의 70%, 르완다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사망했다. 지난해 국립조사기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5세~65세 학살 생존자 중 35%가 정신 이상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살은 우간다의 지원을 받은 투치족 RPF가 세력을 키워 수도 키갈리로 나아가면서 끝났다. 200만명에 이르는 후투족은 콩고 등 인근 국가로 도주했고, 수십명의 후투족 책임자가 르완다 국제전범범죄법정(ICT)에 세워졌다. RPF는 권력을 탈환하는 과정에서 수천명의 후투족을 살해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이를 부인했다.

카가메 대통령은 당시 36세 나이로 투치족 RPF를 이끌고 학살을 끝내 권좌에 올랐다. 2000년부터 대통령을 역임한 그는 2017년 대선에서 98.63%의 지지율로 승리해 세 번째 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7.2%의 경제성장률과 사회통합 등을 이뤄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으나 고압적인 독재자라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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