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려면"… 中 농작지 확보 위해 무덤 파헤쳐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4.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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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하는 청명절과 겹쳐 곤혹…4년 연속 농작 가능한 토지 면적 하락해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중국 톈진에서 당국이 농작지를 확보하기 위해 무덤을 파헤치며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톈진 당국은 지난주부터 이달 말까지 농작지를 둘러싼 모든 무덤을 제거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조처를 하게 된 데는 농경지가 도시화와 토양 오염으로 인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자원본부에 따르면 2017년 중국 내 농작 가능한 토지는 전년보다 6만900ha 줄어든 1억3486만ha(헥타르=1만㎡')를 기록해 4년 연속 하락했다.



2013년 조사에 의하면 빠른 산업 발달로 인해 333만ha(벨기에의 영토 면적과 동일)의 토지가 농작물을 기를 수 없을 만큼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로는 식량 자급을 위한 마지노선인 1억2400만ha마저 위험하다.

그러나 이는 하필이면 조상을 찾아 제사를 지내는 중국의 4대 명절인 청명절(4월 5~7일)과 겹쳐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조상을 잘 모시면 후손에게 복이 온다'는 믿음이 뿌리박힌 중국 농경 사회에서 무덤을 파헤친다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위안 칸싱 중국 우시시립대 교수는 "중국 전통문화에서는 무덤을 파면 가장 악한 저주가 깃든다고 본다"며 "시민들은 정부의 철거 행위가 죽은 조상으로부터 땅을 빼앗는 것이라 여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종에 따라 달라진 대처도 화를 돋구었다. 톈진 지방정부는 이슬람교도 등 일부 소수는 무덤을 지정된 묘지로 옮길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오히려 인구 대부분인 한족의 불만을 키웠다.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선 "한족 문화를 얕잡아보고 없애려는 행위", "한족은 이미 가장 힘없는 인종"이라는 등의 말까지 떠돌고 있다.

중국 정부의 '무덤 파기' 정책은 톈진이 처음이 아니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지난달 쓰촨성 진장에서도 지방정부가 무덤당 200위안(약 3만3000원)을 유족에게 주고 무덤을 파헤치기도 했다. 일부 지역도 화려한 묘비나 장례식이 반부패·근검 국가정신을 위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농촌과 달리 중국 도시지역에선 대부분 화장하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이 많지 않다. 재를 묻는 공동묘지가 베이징 등 주요 도시 인근에서 급격히 늘어나는 데 반해, 시골에선 무덤이 언덕, 가족 사유지 혹은 길가나 터널 등 공공지에 흩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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