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149곳 감사 선임 불발…"3%룰 등 제도 개선 해야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4.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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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중 1곳 주총 안건 '부결'…"정족수 미달"

/자료제공=한국상장회사협의회/자료제공=한국상장회사협의회


올해 주주총회를 연 상장사 10곳 중 1곳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49개 기업은 감사를 선임하지 못했다. 섀도 보팅 폐지와 3%룰 등의 규제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기업 경영에 걸림돌이 되는 비합리적인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8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를 연 12월 결산법인 1997개사(코스피 753개, 코스닥 1244개) 가운데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된 곳은 188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9.4%로 상장사 10곳 중 1곳은 주총에서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안건 부결이 발생한 76개 기업보다 대폭 늘었다.



이 중 대부분(183개사)은 중견·중소기업이었지만 GS리테일 이월드(이랜드 계열) 하림 이니텍(KT 계열) 아트라스BX(한국타이어 계열)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되는 사태를 겪었다.

부결된 안건은 총 238건으로 이 가운데 가장 많은 149건(62.6%)이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었다. 감사 선임 부결 건수는 지난해(56건)보다 166% 증가했다. 정관변경 안건과 임원 보수 승인 안건도 각각 52건, 24건 부결됐다.



올해 안건 부결이 급증한 것은 섀도 보팅 폐지 영향이 본격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섀도 보팅이란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인데 2017년 말 폐지됐다.

섀도 보팅 폐지로 기업들은 상법에서 정한 의결 정족수를 채워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통과시키려면 보통결의의 경우 의결권 있는 주식 4분의 1 찬성과 출석 주식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는 의결권 있는 주식 3분의 1 찬성과 출석 주식 3분의 2 찬성을 필요로 한다. 올해는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대거 부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감사 선임의 경우 3%룰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3%룰은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최대 3%까지로 제한하는 규제다. 경영 감시 역할을 하는 감사를 선임할 때 최대주주의 영향을 제한해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했지만 오히려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될 경우 회사는 과태료 500만원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새 감사를 선임할 때까지 기존 감사가 업무를 계속하게 된다.


현행 제도상 내년에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상장사협회는 내년 정기 주총에서 상장사 230여곳의 안건이 부결되고 감사 선임을 하지 못하는 회사는 238곳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장사협회 관계자는 "3%룰은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존재하는 유일한 규제로 개선이 시급하다"며 "의결 정족수 요건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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