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 경영의 종점 하인즈 케첩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2019.04.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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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즈 BTS(Biz & Tech Story)] 사모펀드 '쥐어짜기 경영'으로 위기 초래…‘건강’ 내세운 스타트업에 밀려

/사진=Kraft Heinz/사진=Kraft Heinz


자린고비 경영의 종점 하인즈 케첩
크래프트하인즈가 위기를 맞고 있다. 2017년 110억 달러 순익을 거두며 워런 버핏의 효자 종목으로 손꼽혔지만, 지난해에는 103억 달러 적자라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고 진단한다. 2대 주주인 사모펀드 3G가 주도하는 자린고비 경영이 막다른 종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사모펀드가 그렇지만 3G의 자린고비 경영은 그중에서도 유별나다. 3G는 2004년 브라질 맥주회사 암베브(Ambev)를 시작으로 버거킹, 파파이스, 커피체인 팀홀튼 등 성장이 둔화한 식음료회사를 사들여 비용절감, 마진확대의 극한적 구조조정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크래프트 하인즈도 예외는 아니었다. 3G는 크래프트 하인즈를 인수하자마자 크래프트의 7개 북미공장을 폐쇄하고 직원 2600명을 감원했다. 가공육류브랜드 오스카메이어의 본사건물도 처분했다. 고정비용의 3분의1을 절감하면서 영업이익 대비 순이익 비율이 2014년 22%에서 2016년 29%까지 올랐다.



이 독보적인 마진율은 2016~2017년 캠벨수프, 켈로그 등 경쟁사들까지도 비용절감에 동참하게 했다. 당시 이런 식품회사들의 움직임을 놓고 일각에선 "ZBB(Zero-Based Budgeting)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단기지표에만 집착하면 회사가 퇴보한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ZBB는 직전 회계연도 예산편성과 상관없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수익이 날 곳에만 예산을 편성하는 보수적 지출방식이다.

실제 크래프트 하인즈는 2017년까지 절감한 비용 17억 달러(1조9303억원)의 70%를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데만 재투자했다. 예를 들어 카프리썬과 오스카메이어 공장에 베이컨을 써는 기계와 포장 로봇 등을 들여놓는데 수억 달러를 쏟았다. 덕분에 카프리썬과 오스카메이어 공장의 생산속도는 각각 9%, 17% 빨라졌지만 그뿐이었다. 소비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크래프트 하인즈에겐 건강을 생각하기 시작한 소비자들을 잡을 전략도, 신제품도 없었다. 그 사이 켄싱턴 케첩, RX바(프로틴 바), 붐치카팝 팝콘(건강한 팝콘) 등 '건강'을 내세운 식품스타트업들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뒤늦게 3G와 경영진은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맥앤치즈, 설탕을 75% 줄인 케첩 등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전망은 어둡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유명 브랜드라는 이유로 제품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컨설턴트 프란치스코 말레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업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라며 "3G와 같은 쥐어짜기 경영방식은 예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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