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특혜 또 준다고? "한번 미운털 박히면 뭘 해도 밉다"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2019.04.0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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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칼럼]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한번 미운털 박히면, 뭘 해도 밉게 보인다(낙인효과).”

종교인 과세 특혜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처음은 2018년 1월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기에 앞서 소득세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때로 당시 종교인에게 지나친 과세 특혜를 준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그러자 이낙연 국무총리마저 2017년 12월 12일 국무회에서 “국민 일반의 눈높이를 감안해 형평성을 보완해 달라”고 특혜 일부를 축소 수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후 지난달 28일 종교인 퇴직소득세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자 또 다시 사회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국납세자연맹의 김선택 회장은 “현재 시행중인 종교인 소득세법도 특혜 논란으로 인해 헌법소원이 진행 중으로 (종교인) 특혜조항을 없애기는커녕 또 하나의 위헌적인 내용인 종교인 퇴직금마저 감면해주려 한다”고 비난했다. 종교인 퇴직소득세 완화 개정안은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5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확정된다.



그런데 종교인에게 과세 특혜를 또 준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이번 종교인 퇴직소득세 개정안은 사실 지난 2015년 종교인 소득세법 개정 당시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것에 불과하다. 당시 종교인 급여에 대해선 소득세법을 개정했지만, 퇴직소득세는 미처 개정하지 못했다. 종교인은 2017년까진 급여와 퇴직소득에 대해 세금을 안 냈지만 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돼 급여와 퇴직소득에 대해서 세금을 납부하게 됐다.

퇴직금은 퇴직하는 시점에 수령하지만 퇴직소득은 퇴직하는 연도에 발생한 소득이 아니라 근속기간 전체에 걸쳐 발생한 소득 누적액이 한꺼번에 실현된 것이다. 따라서 퇴직금을 수령한 연도에 일시에 종합소득으로 과세하게 되면 부담이 크다. 따라서 퇴직소득은 별도로 분리과세를 하며, 근속연수를 감안해 세금을 산정한다.

그런데 종교인은 2017년까진 퇴직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 따라서 종교인 퇴직소득세를 계산할 때 2017년까지 근속기간 동안의 퇴직소득은 제외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포함한다면 이는 2017년 이전에 발생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소급해 납부하라는 얘기가 된다. 법리상 말이 안된다.


이는 종교인 소득세법이 2015년 개정될 당시 놓쳤던 부분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미비했던 부분을 올해 서둘러 보완하려 했다. 그래서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종교인 퇴직소득세 개정안은 김정우 조세소위원장의 제안설명 이후 곧바로 통과됐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한 의원은 없었다.

기획재정부도 “2018년 이전 발생한 퇴직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전부 부과할 경우 종교인이 과세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이번 종교인 퇴직소득세법 개정 이유를 들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도 “특혜 차원의 고려가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종교인에게 이번 퇴직소득세 개정은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도 일반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세법을 몰라서 그런 게 아니다. 종교인 과세 특혜에 대해 미운털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종교인에겐 과세 특혜라는 씻기 어려운 ‘원죄’가 있다. 2018년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기 전 일부 종교계는 극심한 반대와 함께 납세 거부 움직임까지 벌였다. 일반 국민들의 뇌리 속엔 종교인의 이기적인 조세저항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게다가 2018년부터 시행된 종교인 소득세법마저 여러 특혜조항으로 뒤범벅돼 일반 국민들의 반감이 매우 크다. 우선 종교인에 부과하는 세금은 일반 근로자와 비해 지나치게 적다. 예컨대 연봉 5000만원, 4인 가구일 경우 종교인의 소득 원천징수액은 일반 근로자에 비해 절반 정도로 적다.

또 종교인 소득은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수 있고, 이 때 필요경비를 80%까지 인정받을 수 있어 근로소득보다 훨씬 적은 세금이 부과된다.

그리고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때에도 근로소득자와 같이 식대나 자가운전보조금, 학자금, 자녀보육수당, 사택제공 이익 등이 비과세소득으로 인정된다. 변호사 등 여타 전문직이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때 이 같은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종교인에게만 편파적으로 부여하는 대표적인 과세 특혜다.

게다가 종교인에게 근로·자녀장려금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근로·자녀장려금은 정부가 저소득 가구에 세금 환급 형태로 소득 보조금을 주는 제도로, 지원대상은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에만 제한했다. 따라서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는 종교인은 원천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2015년 특별법까지 개정해 종교인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줬다. 이로써 일반 국민들의 세금으로 저소득 종교인 가구에 소득보조금을 주게 됐다.

무엇보다도 종교인 소득세법에서 가장 큰 특혜는 종교활동비 비과세다. 종교인이 종교 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은 금액과 물품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그 범위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로써 종교인에게 영수증 처리를 안 해도 되는 특수활동비를 무제한 허용했다. 종교활동비에 대해선 세무조사도 금지했다.

종교인이 국민들한테 욕을 먹는 이유는 종교인 과세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당연한 과세의무에 대해 종교인은 조세저항을 했고, 종교인 과세도 일반 근로자에 비해 너무나 많은 특혜가 부여됐다. 일반 국민들은 왜 종교인에게 그토록 많은 특혜를 부여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당연한 조치인 종교인 퇴직소득세 개정마저도 일반 국민들은 속이 뒤틀릴 수밖에 없다.

지금 종교인이 당연한 조치인 퇴직소득세 개정에 대해서 욕을 먹는 이유는 종교인에게 과세 특혜라는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처음 종교인 과세를 도입할 때 전향적인 자세로 임했더라면 지금처럼 논란이 되지도 욕을 먹지도 않았을 것이다.

옛말에 ‘한번 미운털이 박히면, 뭔 짓을 해도 미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종교인이 한번 일반 국민들의 눈 밖에 난 이상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종교인 과세 특혜라는 원죄를 다 씻어내기 전에는 말이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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