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톈안먼 사태' 기념술 제조자, 3년 만에 집행유예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4.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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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사태 30주년 두 달 앞두고 판결 나와

中 '톈안먼 사태' 기념술 제조자, 3년 만에 집행유예


3년 전 텐안먼 민주화 시위를 기념하는 술을 만들었다가 구금됐던 한 중국인에게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졌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 청두 중급인민법원은 '톈안먼 시위 기념주'를 제조했던 푸하이루에게 '소란죄'를 적용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형을 선고됐다. 톈안먼 시위는 중국 정부가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 100만여 명을 무력으로 진압한 사건이다. 당시 사망자수는 정부 통계로는 200여명이지만 수천명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청두에 살던 식당 주인 푸하이루는 톈안먼 시위 27주년을 앞둔 2016년 5월 말 '밍지빠주류쓰'(銘記八酒六四)라는 이름의 기념주를 만들어 그 사진을 메신저 위챗에 올렸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당국은 그를 국가전복 선동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중국어로 술을 뜻하는 '酒'는 숫자 '九'와 발음이 같다. 이를 적용하면 이 술의 이름은 '89년 6·4 시위를 기억하자'라는 뜻이 된다. 술병에 붙여진 스티커에는 톈안먼 시위를 당국이 탱크로 진압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영원히 잊지 말자, 영원히 포기하지 말자'는 문구도 적어놓았다. 그와 함께 기념주를 만든 뤄푸위、장젠융、천빙 등 3명에 대한 선고도 차례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들은 선임한 변호사가 사법당국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촉되는 등 재판 과정에서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푸하이루에 대한 선고가 이뤄진 청두 중급인민병원 앞에는 수십 명의 경찰이 삼엄한 경계를 했다. 그의 아내와 누나만 방청이 허용됐을 뿐 그의 부모나 지인도 법원에 들어갈 수 없었다.



3년 가까이 끌던 이들에 대한 선고를 '텐안먼 30주년'을 두 달 여 앞두고 내린 것은 이 사건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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