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논의는 적어도 3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다시 검토해볼 수 있다. 첫째는 영국과 EU가 북아일랜드 국경 개방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 국경논쟁이 세계질서에서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인가다. 둘째는 과연 브렉시트가 가져올 분열의 결과보다 우파 민족주의 부활을 중심으로 한 동유럽과 서유럽 사이의 분열이 EU의 앞날에 더 큰 변수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셋째는 만약 브렉시트 및 강대국 국제정치의 부활과 함께 EU가 쇠퇴한다면 이러한 진전은 세계질서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다.
반면 영국 입장에서는 한시적으로 EU 단일시장이나 관세동맹에 잔류하면서 북아일랜드 국경통제를 관철하지 못하는 것은 불완전한 주권 회복을 의미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가능성은 노딜 브렉시트 32%, 장기연기 이후 재국민투표 28%, 브렉시트 철회 이후 잔류 13%로 나타난다. 어떤 결론에 이르든 브렉시트는 지구화 시대 이후 세계적 고립주의 강화와 분리주의 심화의 물결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브렉시트에서도 보인 이러한 신고립주의 경향은 해외생산을 줄이고 공급선을 재편하면서 지구적 분업이 약화하는 탈지구화 시대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브렉시트와 동서유럽의 분열 속에 EU가 쇠퇴한다면 이는 힘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 국제정치의 부활을 막을 유일한 글로벌 행위자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예컨대 오늘날 중동부유럽에서 EU는 세력균형의 중심역할을 한다. 이 지역은 EU의 확장정책과 러시아의 에너지를 매개로 한 영향력 유지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중국도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인프라 구축 지원을 통한 진출을 시도하고 EU는 다시 유럽-아시아 연계 정책을 통해 중국의 진출을 견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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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시 나토(NATO)를 매개로 전략적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부유럽은 점점 강대국을 중심으로 한 세력 갈등의 전방위 지역이 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공세적 진출과 미국의 전략적인 2개 유럽정책 아래 EU의 단기적인 쇠퇴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힘을 중심으로 한 세계 정치의 갈등이 심화할수록 우리는 민주주의와 다자주의, 국제규범을 강조하는 EU의 비전을 다시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