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앞둔 인도, '가짜뉴스' 골머리…6년전 통화-2년전 영상도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4.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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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 옹호 내용부터 파키스탄 침공 속보까지…왓츠앱, 메시지 최대 5개 그룹 전달 제한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세계 최대 총선을 앞둔 인도가 가짜뉴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에서 4월 11일부터 5월 19일까지 열릴 총선을 앞두고 메시지 앱 '왓츠앱(WhatsApp)'을 통해 가짜뉴스가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짜뉴스는 정치인의 말을 잘못 인용하거나, 파키스탄과의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이다. 비디오게임 영상이 실제 파키스탄군의 인도 전투기 폭파 영상으로 둔갑하거나, 2년 전 인-파 분쟁 당시 파키스탄 군대가 인도 국경을 넘는 영상이 속보인 양 올라오기도 한다.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사진을 무장단체로 인해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내용도 있다.



이 중엔 정파적으로 유리한 내용도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난 2월 파키스탄군의 인도 공군기 공습 이후 이틀 뒤, 나헨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통화하는 영상이 떠돌았다. 설명에는 이번 공습으로 사망한 군인의 부인과 통화한다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2013년 영상이었다.

마이크로소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도 국민의 64%가 가짜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고 답해, 응답자 비율이 세계 평균(57%)보다 높았다. 지난 3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와 로이터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 응답자의 52%가 뉴스를 왓츠앱을 통해 접한다고 답해,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국가에 비해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는 왓츠앱의 가장 큰 시장인 만큼 왓츠앱의 소유주인 페이스북의 고민도 깊다. 리서치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인도의 왓츠앱 사용자는 3억명으로 추정된다. 2017년 2월 왓츠앱이 발표한 사용자는 2억명이었으나, 이후 모바일 데이터 단가가 급락하고, 휴대폰 가격도 내려가면서 왓츠앱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카운터포인트의 분석가 타룬 파탁은 "인도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싼값에 가짜뉴스를 퍼트릴 수 있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도의 휴대폰 가격은 최소 20달러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방을 중심으로 온라인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일반 문자 메시지는 일대일로 보내거나 소그룹으로만 보낼 수 있는 데 비해, 왓츠앱은 한 그룹에 최대 256명을 초대해 메시지나 사진, 영상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이에 소요되는 데이터 비용도 매우 적고 이마저도 와이파이에 연결되면 무료다.


왓츠앱은 인도에서 지난해 가짜뉴스로 인해 남성 5명이 집단폭력으로 사망한 뒤, 같은 메시지를 최대 5개 그룹에 전달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지난해 7월 인도 북서부에선 남성 5명이 아동납치범이라는 가짜뉴스를 접한 시민 20여명에 의해 집단 구타를 당해 사망했다. 왓츠앱은 "소문이 아니라 기쁨을 나눠요(Share joy, not rumors)"라는 공익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인도 정부는 악성 콘텐츠 유포자를 색출하기 위해 왓츠앱 메시지의 암호화를 파기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왓츠앱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암호화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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