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939조 연금충당부채, 국민세금으로 다 갚아야 한다고?

머니투데이 이각희 공무원연금공단 연금연구소장 2019.04.0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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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정부회계 보고 기준이 발생주의 회계로 변경된 이래 정부가 해마다 ‘연금충당부채’가 포함된 국가결산서를 발표해왔다. 지난 2일 정부가 발표한 '2018 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 1682조7000억 중 939조9000억원이 연금충당부채로 잡혔다.

이러한 결산서가 발표될 때마다 많은 언론이 매년 반복해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나랏빚’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서 비롯됐다고 보도해왔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이 같은 오해를 바로잡고자 노력했지만, 대중과 언론에게 연금충당부채의 본질은 관심 밖이었고 늘 그 규모만이 화젯거리였다. 사실 연금충당부채가 무엇인지 ‘팩트’ 체크만 제대로 된다면 더 이상 이처럼 국민 불안과 논란의 소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먼저 국가결산서 상의 부채에는 두 종류가 있다. 정부가 전액 국민세금으로 직접 갚아야 할 의무를 갖는 확정된 부채인 ‘국가채무’와 상환금액과 변제시점이 불확실하고 미래의 장기간에 걸쳐 갚아 나갈 것으로 추정하는 ‘충당부채’가 그것이다.



즉 충당부채는 결산일을 기준으로 향후 70년 이상의 기간을 대상으로 현재의 재직공무원과 연금생활자에게 지급할 연금 총액을 추정하고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우리가 연금충당부채 이슈를 다룰 때 바로 이점에 유의해야 한다. 충당부채는 추정된 미래의 공무원연금 총 급여액을 현재 가치화한 금액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할인율’이라는 요소가 작용하고 부채규모를 계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할인율이 조금만 낮아져도 연금충당부채는 큰 폭으로 증가한다. 할인율은 한국은행이 고시하는 국고채수익률을 토대로 정해지는데, 최근의 국고채 이자율 하락추세를 보듯 할인율 감소가 불가피하고 결국, 충당부채규모의 증가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연금충당부채는 정부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갚아야 하는 확정된 ‘빚’이 아니라 여러 가정을 전제로 미래의 가상 부채를 미루어 계산하는 것이다. 그래서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준은 확정부채만을 정부의 빚으로 간주하고, 미확정 부채인 충당부채는 정부와 공공부문 부채에서 제외한다.

또 한 가지, 대중과 언론이 연금충당부채에 대해 크게 오해하는 점이 있다. 당초 충당부채를 계상하던 주된 이유는 국가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건전성 제고에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에 대한 논의보다 충당부채가 전액 국민세금으로 상환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논란과 우려만 증폭돼왔다.

사실관계를 살펴보자. 국가결산서의 부채항목 중 국가채무는 상환기일 내에 국민세금으로 전부 갚아야 한다. 반면 연금충당부채의 핵심 구성요소로 작용하는 공무원 연금급여는 공무원 자신의 기여금과 임용권자인 정부의 부담금(국민연금도 보험료의 절반은 고용주인 회사가 지급함)으로 이뤄진 연금수입으로 대부분이 조달된다.

따라서 공무원 연금충당부채 전체를 정부가 조세로 상환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추정된 연금충당부채의 대부분이 기여금과 부담금 같은 미래의 연금수입으로 충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비록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부채가 국가결산서 상 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무원 연금급여를 지급하는 매시점마다 미래의 연금수입으로 필요한 규모만큼 나눠서 조달하면 충당부채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따라서 충당부채의 본질적 의미가 훼손되거나 국민들이 불필요하게 오해를 사지 않도록 언론은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 결산서에 충당부채를 보고하는 본연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충당부채가 피상적으로 다뤄질 게 아니라 국가재정과 공적연금에 대한 장기적인 재정 상태를 평가하는 참고지표로 활용돼야 한다.
[기고]939조 연금충당부채, 국민세금으로 다 갚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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