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폐시트로 반려용품...'재주부린 제주녀'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04.01 04:41
글자크기

[피플]김민희 아이즈랩 대표

김민희 아이즈랩 대표 인터뷰. /사진= 머니투데이김민희 아이즈랩 대표 인터뷰. /사진= 머니투데이


"특급호텔 한 곳에서만 버려지는 침구류 등 폐린넨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연간 수백 톤에 달하는데 환경적으로 절대 바람직하지 않죠"

친환경 '업사이클링'(업그레이드+리사이클) 스타트업 아이즈랩의 김민희 대표(38)는 독특한 시도로 주목받는다. 호텔 폐린넨을 '업사이클링'한 패브릭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최근 급부상한 '나의 만족'과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김 대표는 우연히 들른 호텔에서 수백 개의 하얀 침대시트들이 '폐린넨'으로 버려지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활용 방안을 생각했다. 특급호텔은 서비스 때문에 작은 손상만 있어도 침구류를 폐기하는데 낭비요소가 크다고 판단한 것. 특급호텔 한 곳에서만 매년 수백 톤이 버려지는데 제주에서 영업 중인 숙박업소 전체로 놓고 보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지향하는 자신의 고향 제주도의 가치와도 맞지 않았다.

김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이 사업의 배경이 됐다. 세계일주 항해를 갈 수 있다는 말만 듣고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했을 정도로 김 대표는 여행을 즐겼다. 서른을 넘긴 2015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 세계여행에서 깨진 유리 등 각종 폐기물을 재활용한 공예 제품을 만들어 여비를 벌었던 김 대표는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깨달았다.



1년 간의 세계여행을 마친뒤 다시 제주로 돌아온 김 대표는 사업 아이템으로 업사이클링을 택했다. 호텔의 폐린넨을 재활용한 친환경 침구사업을 생각한 것. 곧장 호텔 관계자에게 연락해 폐린넨 제공을 부탁했다. 처리 비용 절감도 가능한데다 친환경 제품으로 탈바꿈 한다는 제안이 솔깃했던 호텔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협업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만큼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특급호텔 린넨이라는 말에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부는 남이 쓰던 것을 내가 써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보였다. 고민 끝에 김 대표는 제품 타깃을 반려동물로 바꿨다. 작업실에 널브러진 샘플에서 자신의 반려견 '토리'와 반려묘 '나리'가 편하게 쉬는 모습을 보고 나서다. 반려동물 전용 쿠션을 먼저 출시한 배경이다.

쉽지 않은 시도지만 김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있다. 김 대표는 "아직 업사이클링 개념이 생소해 어려움이 있지만 국내외에서 점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쓸모 없고 지저분해 보이는 폐린넨으로도 얼마든지 색다른 제품을 만들어내고 나아가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희 아이즈랩 대표가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에서 버려지는 폐린넨을 수거하는 모습. /사진제공=아이즈랩김민희 아이즈랩 대표가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에서 버려지는 폐린넨을 수거하는 모습. /사진제공=아이즈랩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