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가장 화려했던 90일…"시장이 미쳤어"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3.3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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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브리핑] 1분기 기업이익 평균 4% 감소 전망…연내 美 금리인하 기대

10년새 가장 화려했던 90일…"시장이 미쳤어"


"지난해말 주가 급락은 비이성적인 과매도였다. 올 1분기 주가 급등 역시 경기 상황으로 볼 때 비이성적으로 과매수된 것이다." (레이든버그 탤먼 자산운용 필 브란카토 사장)

뜨거웠던 겨울이 지나갔다. 지난해 12월의 시작과 함께 폭락한 뉴욕증시는 크리스마스 직후부터 급반등하며 현재 폭락 전 수준을 회복했다.



올들어 29일(현지시간)까지 석달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3.1% 급등했다. 분기 기준으론 2009년 3분기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1.2% 뛰었다. 2013년 이래 가장 높은 1분기 수익률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무려 16.5%나 폭등하며 2012년 4분기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긴축'에서 '완화'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갑작스러운 변심이 랠리를 이끌었다. 미중 무역협상의 진전도 한몫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떨까?



기업실적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금융시장정보업체 '팩트세트'(FactSet)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S&P 500 소속 기업들의 1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7%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기업 이익은 올 하반기쯤에나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월가의 관측이다.

애틀란타 연방은행의 추정 모델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5%로, 전분기 2.2%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미 국채시장의 장단기 금리역전도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부추겼다. 미국에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오히려 낮은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은 2007년 9월 금융위기 당시 이후 약 12년만에 처음이다.


장기채는 돈을 빌려주는 기간이 긴 만큼 위험 부담이 커 단기채보다 수익률, 즉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졌다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 자금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뜻으로, 통상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글로발트의 톰 마틴 선임포트폴리오매니저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하락은 나쁜 경기지표의 반영인 동시에 미래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의 반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우려는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를 추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NEC(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은 정책금리를 2% 위로 올려선 안 됐다. 당장 정책금리를 50bp(0.5%포인트) 내려야 한다"며 연준을 압박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전세계적으로 약세 요인이 많다"며 "나는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지만, 경제 회복에 위협을 주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커들로 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친(親) 트럼프 학자' 스티븐 무어 연준 이사 지명자도 지난 27일 보도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지난해 금리를 인상한 것은 실수"라며 "지금 당장 정책금리를 50bp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즈의 린다 뒤셀 선임주식전략가는 "경기의 '소프트랜딩'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볼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올 연말까지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이고 연준이 여전히 궁지에 몰려 있다면 당분간 경기침체는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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