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속을 만큼 속았다"…美, 트럼프 빼곤 '초강경' 모드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3.2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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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사령관 "北 활동, 비핵화와 모순"…"김정은 '비핵화' 약속 믿는 사람, 행정부 내 트럼프 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다시 '초강경 모드'로 수렴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북제재 철회를 지시하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지만, 참모들의 생각은 달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핵 역량 변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가 희망했던 '큰 움직임'을 그들(북한)이 만들어내는 걸 아직 보지 못했다"며 "그들이 그(완전환 비핵화) 방향으로 조치를 하는 것은 아직 못봤다"고 말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가 관찰한 북한의 활동은 '비핵화'와 모순된다”며 “군사적 역량에 있어 검증 가능한 변화는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북한군은 여전히 강력하고 위험하며 지난해 보고된 병력 구조, 준비태세 등과 뚜렷한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북 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동안 우리는 북한에 속을 만큼 속았다”며 “꾸준한 압박이 계속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틸웰 지명자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의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제재 해제가 없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확하다”며 “제재를 너무 빨리 풀어주는 것은 우리를 시작점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했다.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날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재재를 약화시키고 제재이행에 대한 '정치적 분열'의 씨앗을 뿌리려는 북한의 적극적인 시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유일한 공식 동맹인 중국은 우리의 노력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의 엄격한 대북제재 이행을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트위터를 통해 "재무부가 북한에 대해 기존의 제재에 더해지는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나는 오늘 그런 추가제재들을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이후 북한이 강경노선으로 돌아서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달래기 위해 던진 카드로 풀이된다. 당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공식 설명을 내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직후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뜻을 접게 만들었다.


한편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인력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던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지시' 트윗 이후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인력을 일부 복귀시켰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현재 미 행정부 내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믿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한명 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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