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하노이 노딜' 먼지…'조용한 촉진' 나선 文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9.03.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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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노딜 하노이 한달②]적극적 중재 역효과 학습…협상 재개 자신감

【판문점=뉴시스】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27일 오전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후  공식 환영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8.4.27    photo@newsis.com   【판문점=뉴시스】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27일 오전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후 공식 환영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8.4.27 [email protected]


'하노이 노딜'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낮은 자세로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요란하게 앞장서기보다 신중하게 북미 간 대화를 촉진할 타이밍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청와대는 대외적으로 북핵 협상과 관련해 '노 코멘트'를 반복하면서도 실질적인 협상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물밑 움직임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상을 빗겨간 '하노이 노딜'의 학습 효과다.



청와대는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금강산관광 등 경협과 종전선언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었지만, 협상이 '노딜'로 끝남에 따라 미국 측의 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노이 노딜' 직후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NSC(국가안보회의)를 주재했고,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를 북측에 당근으로 제시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북측의 궤도이탈을 우려한 조치였지만, 리비아식 일괄타결을 앞세운 미국 측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적극적 중재'에서 '조용한 촉진'으로 선회했다. 먼지가 조금 더 가라 앉아야 한다는 판단이 우선 깔려 있다. 북미 갈등이 증폭된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일괄타결을 앞세운 미국과, 영변 핵시설 폐기에 따른 5개 경제제재 해제를 고수하고 있는 북측이 양보없이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구상하고 있는 모든 조치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불가능할 수도 있다"며 "여러가지 대응책을 구상하고, 마련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향후 이벤트들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서 북핵 협상 관련 메시지가 사라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16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순방을 다녀온 이후 북핵 관련 언급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도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방미 등 이벤트에 대해 함구하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협상 무드는 충분히 다시 조성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대북제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북측 인원이 사흘 만에 복귀하면서 북미의 협상 의지가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중재 및 촉진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로 불리는 '빅딜 속 스몰딜의 속도전'이다. 북측과 미국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절충안이다. 큰 맥락의 로드맵을 합의한 뒤 타임테이블에 따라 비핵화와 제재해제 조치를 빠른 시간 안에 주고받는 방안이다. 작게 보면 스몰딜이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빅딜이 될 수 있다.

'하노이 노딜'의 이유로는 북측의 '플러스 알파' 비핵화 조치 부재와 미국의 국내 정치적 상황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결과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것도 비핵화 협상에선 호재다. 하노이 빈손 회담의 배경 중 하나는 미국내 정치적 상황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다면 미국이 '일괄타결' 보다는 '기브앤드테이크'로 선회할 수 있다는 기대도 청와대 내부에서 읽힌다.

우리 정부의 핵심 과제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영변 플러스 알파'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다음달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직접적인 메시지를 발표할 이벤트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북측이 궤도이탈만 하지 않는다면 '촉진자'로서의 문 대통령 역할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을 주시하는 이유다. 김 위원장이 북미협상 대신 '새로운 길'을 천명한다면 상황은 다시 시계제로로 접어든다. 청와대 내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신중한 태도가 자주 감지된다. 역시 '하노이 노딜'의 학습효과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과 만찬을 했다고 28일 보도했다. 2019.02.28.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과 만찬을 했다고 28일 보도했다. 2019.02.28.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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