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못믿겠다"…브렉시트 해결안 모색 나선 英 의회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3.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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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하원에서 '의향투표' 실시키로…'노딜 브렉시트'부터 '브렉시트 철회'까지 거론안 다양…메이 총리는 '회의적'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영국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방향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의회가 정부로부터 권한을 가져와 직접 해결 방안 모색에 나섰다. 브렉시트 시한을 3주 남겨 놓고 사실상 모든 방안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겠다는 뜻이다.

26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의원은 보수당 올리버 레트윈 의원의 '의향투표(Incicative vote)'를 실시하자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찬성 329표, 반대 302표로 가결시켰다.



이는 브렉시트 절차를 다루는 권한을 정부에서 의회로 가져와 정부가 제시한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 외에 의회가 생각하는 브렉시트 해법의 옵션들을 제시한 뒤, 이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

다만 의향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어 가결된 안이라 하더라도 정치적 참고만 가능할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즉 메이 총리가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투표는 오는 27일 진행될 예정이다.



올리버 의원은 "이것은 의회가 (브렉시트 방안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매우 어려운 과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현재 거론되는 안건은 △기존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 △노딜 브렉시트 △브렉시트 철회 △2차 국민투표 △관세동맹(customs union) 잔류 △관세동맹 및 단일시장(both a customs union and single market access) 잔류 △캐나다 방식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 총 7가지다. 광범위한 방안들이 모두 테이블 위에 올라온 상황인데 이 중 어떤 안건이 어떤 논의를 거쳐 투표에 부쳐질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미 앞선 두 차례의 정부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 부결로 인해 메이 총리의 리더십이 실종된 상황에서 의회가 직접 나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정부는 (브렉시트 해결방안 도출에) 실패했지만 의회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이같은 의회 결정에 회의적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투표인데다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는 안건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를 EU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의향투표가 결정된 이후 "어떤 정부도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백지수표'를 줄 수 없다"며 "EU와 협상이 불가능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초 이번 주중 진행하려 했던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 제 3차 승인투표를 여전히 희망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메이 총리는 "EU를 떠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방법은 (기한 연장일로 제시된) 5월22일까지 합의안에 따라 가능한 조속히 떠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시한을 3월29일에서 4월12일로 약 2주간 미뤘다. 만일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승인된다면 5월22일까지 질서있는 브렉시트를 추진하게 되고 그렇지 않다면, 영국은 4월12일 합의없이 EU를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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