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플랫폼택시, 택시와 달라야 산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03.25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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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우버'를 내건 플랫폼 택시가 등장했다. 타고솔루션즈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0일 내놓은 가맹택시 '웨이고 블루'다. 승객의 목적지가 기사에게 표시되지 않는 자동배차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다. 택시를 부르면 주변 빈 차량이 무조건 배차된다. 기존 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승객 골라 태우기를 원천 차단했다. 서비스 교육을 이수한 기사가 운전한다. 완전월급제 역시 택시업계 최초 시도다.

웨이고 블루는 택시 사업기반과 IT 플랫폼 기술을 융합한 첫 사례다. 이달 초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이하 대타협기구)가 내놓은 합의에 담긴 플랫폼 택시로 분류된다. 별도 서비스 채널을 만들지 않고 카카오모빌리티 앱 '카카오T'와 연동했다. 카풀(승차공유)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겪은 택시업계와 카카오의 상생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웨이고 블루 출시 간담회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새로운 브랜드 택시의 모범 사례로 성장해 달라"고 축사했다. 특정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에 관련 부처 장관이 참석할 만큼, 정부가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승객 입장에선 기대만큼 아쉬움도 크다. 우선 가격 부담이다. 웨이고 블루는 현행 택시요금에 호출비 3000원을 더 낸다. 배차 완료 1분 이후 취소하면 수수료 2000원을 내야 한다. 불과 한 달 전 서울 택시요금이 인상됐다.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랐고, 요금이 추가되는 거리와 시간도 짧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호출비 3000원은 결코 가볍지 않은 웃돈이다.

서비스 기반 확대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웨이고 블루 차량은 100대에 불과하다. 카카오T 누적 가입자가 2000만명을 넘어선 데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출시 당일 자정쯤 10여차례 웨이고 블루를 불렀다. 하지만 '가능한 택시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되돌아왔다. 평소 운행 중인 웨이고 블루 차량과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승객들이 호출비 3000원을 감수하는 이유는 택시 잡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이런 수요가 분명한 출·퇴근, 심야 시간대에 부를 수 없다면 기존 택시와 다를 게 없다. 서비스 차별화와 승객 만족, 2가지 모두 잡아야 플랫폼 택시가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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