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엄중하다는 인식"…맹탕으로 끝난 대정부질문(종합)

머니투데이 이재원 , 세종=박경담 , 박선영 인턴 기자 2019.03.2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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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1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野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망쳐" 기존 비판 반복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이낙연 국무총리와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이낙연 국무총리와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던 경제부문 대정부질문이 '맹탕 질의'로 끝났다. 야권은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문제 등을 지적했지만, 기존 비판을 반복하며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의원들의 주요 '타겟'이 된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저임금 인상의 일부 부작용을 인정하고 재차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경제 어려움은 최저임금 때문만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어렵지만 일부 긍정적인 지표도 있는 만큼 이를 봐달라는 당부도 남겼다.



국회는 21일 오후 2시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제부문 대정부질문에 나섰다. 여야를 통틀어 총 13명의 의원들이 질의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 의원들은 경제 실정을 주장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우리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엄중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경제를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굉장히 유감을 표명한다"며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는 것을 언급한 것은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입장에서 개선의 모멘텀이 추세적으로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부총리는 김상훈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선 "최근 경제 지표 중에선 어려운 것도 있지만 개선의 조짐을 보이는 지표도 있다"며 "(어려운 지표와 개선되는 지표) 두 가지의 동향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인 2.7%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결코 낮은 숫자가 아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 등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경제 어려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 대해선 "시장 생각보다 정책의 속도가 빨라 일부 민감한 업종에는 영향이 있었다"면서도 "지금의 경제 어려움이 오직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적·인구적·경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는 명암이 있다"면서 "(어두운 부분에 대해) 뼈아프게 생각하고,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설령 거시지표 가운데 낙관적인 것이 있더라도 그 때문에 그 그늘에서 고통을 당하는 국민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정부가 외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고통받지 않고 사시게 하는 게 정책 목표인데 현실에서는 고통받는 분들이 있다. 깊은 책임을 느끼고 몹시 가슴이 아프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다만 이 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소득주도성장에는 의료비 경감, 가계비 지출 감소, 사회안전망 확충도 있는 만큼 그걸 포기해서는 어떻게 될 것이냐"고 되물었다. 또 이 총리는 "성과는 유지하되 세밀하지 못해 생긴 부작용은 더 줄이겠다"고 이해를 구했다.

이날 질의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한 질의도 오갔다. 홍 부총리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여부는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비비 우선 집행 등을 이유로 추경 편성에 소극적이던 입장을 "경기가 전반적으로 어렵다"며 선회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이 한국 정부에 9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것을 묻는 질문에 "IMF는 정부가 올해 의욕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2.6%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국가총생산(GDP)의 0.5% 규모의 재정 보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한 추경 편성도 주장했다. 홍 부총리는 이에 대해선 "어르신들에 대한 지원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기초연금뿐 아니라 일자리 등 여러 지원할 수 있는 사업들의 집행 상황과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을 70%로 올리는 부유세와 같은 증세로 재정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제안엔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을 작년에 42%로 올렸기에 70%로 올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유세가 경제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선 국민 공감대가 중요한 만큼, 당장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질의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야권은 '경포대 시즌2'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경포대는 참여정부 시절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의 줄임말이다.

이종배 한국당 의원은 "그야말로 경포대 시즌2가 시작됐다. 시즌1보다 더 블록버스터급"이라며 "경제 마이더스의 손이 아니라 경제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할 수 있고 경제 망치기, 최악의 경제 성적표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의원들은 반대로 야권 의원들을 겨냥해 "공부좀 했으면 한다"고 질타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하는데 제1야당이 말끝마다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혹세무민하고 있다"며 "어처구니없다. 공부하셨으면 좋겠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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