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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는 정반대의 경로…핀터레스트의 달팽이 경영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9.03.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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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즈 BTS(Biz & Tech Story)]
천천히 성장하고 느리게 돈 번 핀터레스트
달팽이 보폭은 업의 본질에 지키려는 의도
도덕성과 결백함의 마지막 보루라는 SNS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티타임즈가 격주 목요일마다 비즈&테크 스토리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 방식에서 혁신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을 분석하고 최근 경영 트렌드를 집중적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핀터레스트는 실리콘밸리에서 좀 독특한 회사이다. 흔한 말로 '아싸(아웃사이더)'이다. 5대 소셜미디어(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스냅챗, 핀터레스트)로 한데 묶여 불리기는 하지만 성장 경로는 나머지와 달랐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성장하고 더 많은 돈을 벌 것인가에 집착하지 않았다. 달팽이처럼 천천히 성장하고 느리게 돈을 벌었다. 달팽이 보폭은 스스로 의도한 것이었다.

이런 핀터레스트가 창업 10년 만인 2019년 6월 뉴욕증시에 상장한다. 기업가치가 최소 120억 달러(약 13조4000억 원)로 평가된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미디어가 데이터 유출과 가짜뉴스 등으로 성장이 정체되는 동안 핀터레스트는 매출이 60%나 성장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 가고 'PULPS(핀터레스트·우버·리프트·팔란티어·슬랙)'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핀터레스트의 느리지만 꾸준한 경영전략은 더 큰 성장을 바라는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핀터레스트가 성공하기만 한다면 실리콘밸리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리더십과 성공 모델이 추가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핀터레스트가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느린 길을 선택한 이유는 달팽이 보폭이 업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가장 빠른 길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핀터레스트가 소셜미디어로서 지키려는 업의 본질은 '이미지', '욕망', 그리고 '발견'이다. 사용자들이 핀터레스트에 등록된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발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진=핀터레스트/사진=핀터레스트
◇사이트를 아름답게 꾸미는 데만 4개월

벤 실버만 핀터레스트 창업자는 창업 초기 디자인에만 매달렸다. 이미지 배열이 아름다워야 사용자들이 이미지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누가 못생긴 스크랩북에 좋아하는 것들을 수집하겠냐"는 생각이었다. 핀터레스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실버만의 우표와 곤충 수집 취미에서 나온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만 모아 볼 수 있는 앨범을 만들자는 구상이었다.

실버만은 4개월간 세로 폭, 레이아웃 등을 다르게 조합해 사이트 디자인 시안을 50개나 만들었다. 당시 대부분의 소셜미디어가 도입했던 '시간 순' 정렬이 아니라 한 번에 많은 이미지를 탐색하도록 바둑판처럼 만들었다. 스크롤바만 내리면 이미지가 거의 무한 생성된다. 새 핀(이미지)이 등록될 때마다 배열이 자동으로 섞이기 때문에 사이트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이미지에 따라 격자 크기도 변하도록 했다. 마치 박물관에 온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이후 수많은 아류작들을 만든 격자형 웹디자인이다. 당시 언론들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이트", "핀터레스트가 웹사이트 디자인의 개념을 바꿔버렸다"고 평가했다. 질의응답 사이트 ‘쿼라’ 등 수많은 회사들이 이 웹디자인을 따라했다.

벤 실버만 핀터레스트 창업자. /사진=핀터레스트벤 실버만 핀터레스트 창업자. /사진=핀터레스트
◇5000명 이용자들에게 보낸 감사 이메일

핀터레스트는 2010년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9개월 동안 이용자 수는 5000명에 그쳤다. 반면 핀터레스트보다 몇 개월 뒤에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2개월 만에 100만 계정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실버만은 이용자들에게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감사 이메일을 보내며 피드백을 요청했다. 이용자 오프라인 모임도 만들어 의견을 들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이용자들 모두 서로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그는 핀터레스트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서두르지 않고 2년 동안 지인 초대를 통한 가입 원칙을 고수했다. 핀터레스트 회원들에게 각각 몇 장의 초대 권을 제공했는데 이를 받은 사람만 핀터레스트에 가입할 수 있었다. 초대장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부디 신중하게 사진을 '핀'해주세요. 당신의 핀이 커뮤니티의 성격을 결정짓습니다."

/사진=핀터레스트/사진=핀터레스트
◇돈 버는 일은 4년 동안 미뤘다

핀터레스트는 창업 후 4년 간 매출이 제로에 가까웠다. 벌 수 없어서가 아니라 벌지 않았던 것이다. 실버만은 "이미 성공한 기업들은 사용자들이 하고 있는 것과 광고주들이 하고 싶은 것의 접점을 찾았고 그 과정도 투명했다"며 "우리의 수익 모델은 장기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핀터레스트는 당시 다른 소셜미디어가 이용자 수와 광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도입하던 모든 요소를 배제했다. 이용자끼리 경쟁을 시키는 게임이나 이용자 사이의 수평적 구조를 무너뜨리는 리더보드(팔로워 수가 많은 이용자들을 우선적으로 보여주는 기능), 그리고 사이트 외관을 어지럽히는 배너 광고를 플랫폼에 넣지 않았다.

'홍보용 핀'은 창업 4년이 지난 2014년이 되어서야 도입했다. 기업이 수수료를 내고 자사 제품 사진을 올리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사진을 클릭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는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 협업을 시작했다. 진열된 상품의 QR코드를 찍으면 비슷한 디자인의 상품사진을 보여주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사진=핀터레스트/사진=핀터레스트
◇당장의 수익 말고 더 중요한 가치

핀터레스트는 해마다 여성, 소수인종 채용 확대 등 다양성 목표를 정해 이행여부를 보고서 형태로 발간한다.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도 실력이 아닌 도덕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지원자를 걸러낸다. 지난해 백신이 자폐를 유발한다는 가짜뉴스가 퍼져 홍역 사태가 일자 소셜미디어 중 처음으로 '백신' 검색 결과를 차단하기도 했다.


그래서 핀터레스트는 "소셜미디어 중 유일하게 도덕성을 갖고 운영되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NYT는 최근 핀터레스트 10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핀터레스트는 '결백함의 마지막 보루'(last bastion of quaint innocence)이다.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 되려고 한다. 누구나 영감을 얻고 자기 계발을 하고 소금캐러멜 쿠키 만드는 법을 찾을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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