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결혼, 46년만에 최저…포기세대 '비극'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19.03.20 13:41
글자크기

통계청 '2018년 혼인·이혼 통계'…지난해 혼인 건수 1972년 이후 가장 적어, 출산율 전망도 어두워

·
혼인건수 및 조혼인율 추이/자료=통계청혼인건수 및 조혼인율 추이/자료=통계청


출산율을 좌우하는 혼인 건수가 지난해 46년 만에 가장 적었다. 결혼 적령연령(20~39세) 인구가 현재보다 500만명 적었던 시절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청년실업, 집값 부담 등이 결혼을 꺼리는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18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5만7600건으로 전년 대비 2.6% 줄었다. 혼인 건수는 24만4780건이었던 1972년 이후 최저였다. 1970년대는 결혼 적령인구 자체가 적었던 시기다. 인구 요인을 제거한 조혼인율은 1972년 7.3건이었으나 지난해는 5.0건이다.



혼인 건수는 2012년부터 7년 연속 감소세다. 혼인 건수는 1~2년의 시차를 두고 출산율에 그대로 반영된다. 결혼 2년 내에 첫 아이를 낳은 경우가 많아서다. 합계출산율은 2013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해 0.9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혼인 건수를 감안하면 출산율은 앞으로 1~2년에 반등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결혼한 부부 중 남자, 여자 모두 초혼은 전체의 77.6%인 20만쌍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0% 줄었다. 전체 혼인 건수 감소 폭(2.6%)보다 컸다. 평균초혼연령은 남자 33.2세, 여자 30.4세로 모두 전년 대비 0.2세 올랐다.



초혼연령 상승은 평균 출산연령도 올리고 있다. 여자 초혼연령은 10년 전 대비 2.1세 올랐는데 같은 기간 평균 출산연령 역시 2세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남자는 30대 초반(30~34세)에서 혼인 건수가 가장 많이 줄었다. 지난해 30대 초반 남자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5.4% 감소한 9만2800건을 기록했다. 여자는 20대 후반(25~29세) 혼인 건수 감소 폭(3.3%)이 가장 컸다. 2010년대 들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부터 'N가지'를 포기한 N포세대로도 불리는 연령대다.

통계청은 혼인 건수 감소 원인을 △인구 구조 △경제적 이유 △가치관 변화로 설명했다. 우선 결혼을 가장 많이 하는 30대 초반 인구가 줄고 있다. 지난해 30대 초반 인구는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청년실업, 집값 상승도 결혼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해 25~29세 실업률은 8.8%로 10년 전과 비교해 2.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전세가격지수는 71.9→104.1로 뛰었다.
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결혼을 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줄고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은 2012년 62.7%에서 2018년 48.1%로 떨어졌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 주연령대인 청년이 소득, 주거 여건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면서 혼인 건수도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과의 혼인은 2만2700건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한국남성과 외국여성 간 혼인(1만6600건)이 11.7% 늘었다. 외국인 아내 국적 비중은 베트남(38.2%), 중국(22.1%), 태국(9.4%) 순이었다. 특히 태국 여성과의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53.4% 뛰었다. 태국은 혼인 건수 뿐 아니라 한국 유입 비율도 최근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8700건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이혼은 2015년부터 3년 간 감소였다가 지난해 반등했다.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하다 헤어진 황혼이혼이 전체의 33.4%(3만6300건)로 가장 많았다. 20년 전만 해도 부부가 오래 살수록 이혼율도 낮았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최근 역전됐다. 황혼이혼은 지난해 전년 대비 9.7% 늘었다. 특히 혼인 기간 30년 이상인 이혼 증가율은 17.3%를 기록했다. 혼인 기간 4년 이하 이혼이 전체의 21.4%로 뒤를 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 이혼을 결정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