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강성부·박재완…주총시즌 흔드는 3대 키워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03.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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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 강세…대기업 주총장 비상

엘리엇·강성부·박재완…주총시즌 흔드는 3대 키워드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에서 주주행동주의가 강세를 띠면서 삼성전자, 현대차, 한진이 3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는 사외이사 재선임 문제로 구설에 올랐고 현대차 (244,000원 ▼3,000 -1.21%)와 한진그룹은 주주제안을 두고 치열한 표 대결을 예고했다.

◇ 조양호 회장 타협안 나오나 = 한진그룹의 두 계열사 한진칼 (65,300원 ▲200 +0.31%)대한항공 (21,700원 ▼150 -0.69%) 주총장이 최대 전장이 될 전망이다. 오너가 갑질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국민연금을 비롯해 토종 행동주의 펀드 KCGI, 이른바 강성부 펀드와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최대 관심사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권 사수 여부다. 한진칼은 2대 주주인 KCGI와 소송까지 벌이며 공방전을 치르고 있다. KCGI가 회사와 독립적인 감사 1인, 사외이사 2인 선임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하자 한진칼은 법적인 주주제안 자격 문제를 제기하며 맞섰다.

조만간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할 국민연금(지분 10.57%)도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할 가능성이 적잖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6월 대한항공에 오너 일가의 일탈행위에 대한 해결방안을 묻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국민연금이 공개서한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최초 사례다.



대한항공은 표 대결에 대비해 직원들에게 주주 의결권 위임장 서명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의 경우 현재 공개된 표만 보면 일단 조 회장 일가가 유리한 고지를 점유했다.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 지분이 29.96%에 달하는 데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보유지분이 33.35%다.

관건은 소액주주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이 주주명부를 확보,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에 나섰다. 대한항공 소액주주 지분율은 56.4%다.

일각에선 최근 조 회장이 경영권 사수를 위해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한 타협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조 회장이 그룹 계열사 9곳 가운데 6곳의 등기이사 등 겸직을 내려놓으면서까지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만큼 주총 직전에 플랜B를 공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막판의 막판까지 승부를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승기 잡은 현대차, 방심은 금물 = 현대차그룹 주총은 고배당을 요구하고 나선 해외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문제로 관심을 모은다.

엘리엇이 지난 1월 현대차에 주주제안으로 요청한 배당금은 우선주를 포함해 5조8000억원. 현대차 지난해 당기순이익(1조6450억원)의 4.5배 규모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227,000원 0.00%)에도 2조5000억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한치 양보 없이 표대결로 치닫던 접전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로 평가받는 글라스루이스,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엘리엇 배당안에 반대를 권고하면서 승부의 윤곽이 드러난 분위기다.

국민연금도 현대차 편에 섰다. 국민연금은 현대차 지분 8.7%, 현대모비스 지분 10.0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현대차 지분은 29.11%. 엘리엇의 현대차 지분은 3%에 그친다.

남은 변수는 외국인 투자자의 의중이지만 잇따른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를 감안하면 22일 주총에서 엘리엇 손을 들어줄 외국인 투자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 "재선임 이사, 독립성 의문 제기야말로 의문" = 20일 열리는 삼성전자 주총에선 박재완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을 두고 잡음이 불거졌다. 삼성전자 지분 8.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재선임에 찬성 입장을 밝혀 부결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현대차와 달리 적잖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다른 편에 서면서 구설에 올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삼성이 지배구조 측면에서 좀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데 아직까진 그런 의미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재선임 안건에 부정적인 기색을 내비쳤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밝힌 국내외 연기금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에 따르면 총 6곳의 해외연기금 가운데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 플로리다연금, 캐나다연금,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투자공사 등 4곳이 독립성을 문제로 박재완 사외이사 재선임과 감사 후보 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해외 연기금이 국내 대기업의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사례는 많지 않다. 시장에선 다만 반대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사외이사가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성균관대의 교수라는 점을 문제 삼지만 지난 3년 동안 박 사외이사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 독립성 시비를 일으켰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박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은 국정운영 경험이나 재무적 역량 외에 지난 3년 동안의 사외이사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검토해 이뤄진 것"이라며 "구체적인 독립성 훼손 사례를 제시하지 않은 채 단순 의문만 제기하는 것이야말로 정당한 문제 제기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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