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총선까지 13개월…'새 선거제' 도입까지 가시밭길

머니투데이 김평화, 김민우 기자 2019.03.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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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미적분 선거제 사용설명서]20대 총선, 지역구 5개 줄이는데 16개월 '진통'

편집자주 국회의원 선거를 13개월 앞두고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안을 마련했다.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정수(300명)를 유지하다보니 산식이 복잡해졌다. ‘연동형’ ‘권역별’ ‘석패율’ 등 어려운 단어도 즐비하다. 고차방정식, 미적분 처럼어렵다. 자유한국당의 반발은 물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부터 난관이다. ‘합의’를 했다지만 갈 길은 멀고 험하다. 머니투데이가 새 선거제를 꼼꼼히 따져봤다.

[MT리포트]총선까지 13개월…'새 선거제' 도입까지 가시밭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선거제 개편안을 내년 4월 총선부터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단 13개월 남은 촉박한 일정이다.

선거제 개편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할 계획인데, 이 경우 빨라도 271일이 걸린다. 개정안이 바로 통과된다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전국 253개 지역구를 모두 없애고 새로 지정하는 작업이 남는다. 산 넘어 산이다.



법이 통과된 후에야 선거구획정 기준을 정하고 선거구획정을 위한 논의에 돌입하거나 법 통과 전에 합의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내년 4월 총선에 곧바로 도입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라지는 지역구 28개=새 선거제에 따라 현재 전국 253개인 지역구가 225개로 줄어든다. '최소' 28개 지역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잃게 되는 셈이다. 새 선거제 도입시 선거구 세부 조정으로 영향을 받게 될 의원 수는 80~9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대 총선에서는 선거구획정과정에서 12개의 선거구를 늘리고 5개의 선거구를 줄이는데에만 1년 4개월여간의 진통을 겪었다. 실제로 영향받은 지역구는 48개였던 탓이다. 2016년 1월1일부터 3월1일까지는 대한민국 선거구가 모두 무효화되고 '입법공백'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20대 총선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과정에서도 여야의 합의를 어렵게 만든 것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각각 253석과 47석으로 조정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구를 통폐합하는 '기준'이었다. 그래서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선거법 개정에 합의할 때 '지역구 253석+비례47석' 원칙과 선거구 조정 기준을 함께 합의했다. 당시 선거구 조정은 '2015년 10월31일'을 인구산정기준일로 정하고 이에따라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2대 1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번에 여야4당이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에는 선거구획정 기준이 빠져있다. '선거구 조정안을 비공개로 하고 공직선거법만 우선 통과시키는 방법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패스트트랙 의결 이후 구조조정 대상 지역구가 공개되면, 이해관계가 얽힌 현직 의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생존'이 걸린 문제라 설득이 쉽지 않다. 반발이 클 경우 법안 통과가 부결될 가능성도 높다.

이로인해 선거구 획정이 난항을 겪는다면 21대 총선에 새 선거제를 적용하지 못할 확률이 커진다. 선거구 획정위 관계자는 "내년 총선 예비 후보자 등록이 올해 12월 중순 시작된다"며 "그때까지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으면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산이 어려워"…국민 공감대 형성도 과제=새 선거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선 국민들이 취지와 절차에 공감해야 한다.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개편안을 발표 한 후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새 선거제를 설명했다. 개편안의 취지와 함께 인구 수, 정당 득표율, 권역별 득표율 등 복잡한 계산법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를 두고 한국당은 정치 쟁점화에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도 혼란스러워 내가 던진표가 어디에, 누구에게 가는 지 알 길이 없다"며 "국민이 선거의 주인이 아닌 손님이 됐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을 제외하고 만든 선거법 개정안 내용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표의 등가성'에 대한 국민적 논란도 걸림돌이다. 새 선거제를 적용할 경우, 특정 권역에서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은 정당에 투표한 표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권역별 연동의석수를 계산할 때 해당 정당의 권역별 당선인수를 차감한다는 규정을 둔 탓이다.

◇패스트트랙 태워도…'산 넘어 산'=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상정된다 하더라도 총선 전까지 '판'을 깨뜨릴 변수가 많다.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도 패스트트랙으로 함께 오를 예정인데, 이 또한 협상을 깰 잠재적 요소다.

바른미래당은 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이들 법안을 함께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틀어지면 전체 판이 깨질 위험이 있다.

향후 국회 본회의 통과 전망도 밝지 않다. 20대 총선 지역구 획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인한 '데드라인'이라도 명확히 정해져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거부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21대 총선을 위한 지역구획정에 데드라인은 없다. 합의가 안 되면 기존의 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르면 된다. 생사를 건 지역구 의원들이 여야 4당 소속이더라도 당론을 거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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