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퇴임 관전기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9.03.20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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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오는 21일 임기를 마치고 지성규 내정자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조직의 안정과 세대교체를 위해 함 행장이 결단을 내린 것이지만 함 행장이 연임을 포기한 데에는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들과 면담한 것도 영향을 줬다.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하나금융 이사회를 만나 차기 KEB하나은행장 선출 때 함 행장의 법률 리스크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함 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은행 경영안정성과 신인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실상 함 행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함 행장이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이라도 당하면 은행 경영에 중요한 차질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금감원의 우려는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금감원의 기우일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함 행장도 같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사건이 다를 뿐만 아니라 각 재판부가 독립적으로 판단을 내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금감원의 행위는 법원 판결을 예단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무죄 추정 원칙에도 어긋난다.

법률 리스크가 있다고 이를 이사회에 전달한 게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김용태 한국당 의원이 한 언론에서 “(금감원이) 회사 경영진도 아니고 사외이사들만 따로 불러 우려를 전달한 것은 사실상 겁박”이라며 만남 자체를 비판한 이유다. 법률 리스크가 있는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경고는 경쟁 후보자를 밀어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금감원은 2019년 업무보고를 통해 앞으로 이사회와 주기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금감원이 경영진이나 이사회와 만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배구조에만 국한되면 ‘인사 개입’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것도 특정 시점일 때는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금감원은 신한금융 이사회와도 만났는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리스크와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부회장 선임 등 인사와 관련된 사안을 얘기했다. 이런 일들이 금감원에겐 ‘소통’일지 몰라도 이사회에겐 ‘부담 그 자체’다.

금감원
[우보세]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퇴임 관전기


은 이사회 면담 이유로 대리인 문제를 꼽고 있다. 경영진이 이사회에 적절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만큼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하지만 금감원이 이사회에 전달하는 정보가 치우치지 않은 정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금감원은 하나금융 사외이사들에게 함 행장의 의혹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하지만 재판에서 검찰측 주장과 함 행장측 주장은 엇갈린다. 재판부처럼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은 금감원이 양쪽의 의견을 모두 전했을까? 금감원이 할 일은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그 일이 ‘관치’가 돼선 안 된다. ‘관’도 아닌 금감원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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