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유세서 등장한 '뉴질랜드 참사' 영상…총선 이용하나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3.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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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혐오범죄 강력대응 ·지지층 결집…오는 31일 지방총선 앞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FPBBNews=뉴스1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FPBBNews=뉴스1


터키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세 현장에서 뉴질랜드 총기난사 영상을 공개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날 터키 남부 안탈야 지역에서 열린 지방총선 지원 유세에서 뉴질랜드 총기난사의 편집 영상을 상영했다고 보도했다. 터키 지방총선은 오는 31일 열린다.

이는 영상을 통해 감정적 호소로 이슬람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야당이 혐오 범죄 대응에 있어 약하다고 비판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총리와 대통령을 연임하며 17년간 통치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 침체와 화폐 가치 급락으로 정치적 압박을 받는 상태다.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28)는 이 영상과 함께 게시한 선언문에서 터키인들을 유럽 지역(보스포러스 서부)에서 몰아내야 한다며 "너희를 죽이고 우리 땅에서 몰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태런트는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 가서 모든 이슬람 사원을 파괴하겠다"며 "(그렇다면) 마땅히 다시 기독교인의 땅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선언문이 "나와 터키를 겨냥했다"고 주장하며, 터키 야당 지도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영상을 상영한 뒤 터키 야당 지도자의 영상을 나란히 올리며 그가 "총기 난사는 무슬림 이민 때문"이라는 발언으로 비난을 산 프레이저 애닝 호주 상원의원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터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대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는 해당 영상에서 "테러리즘이 이슬람 세계에 뿌리박혀 있다"는 발언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테러의 책임을 이슬람에게 돌리고 있다"며 애닝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15일 뉴질랜드 총기난사의 터키인 부상자를 만나 총기난사범을 지칭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살인범"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터키 남부 도시인 가지안탭의 유세에선 "나, 우리 국가 그리고 모든 무슬림을 다같이 겨냥했다"며 "우리가 유럽에 간다면 이스탄불에 와서 우리를 죽이고, 우리 땅에서 몰아내겠다는 말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터키 국영 테레테(TRT) 방송에 따르면 태런트는 최소 두 차례 터키를 방문했으며, 제거 대상 정치인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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