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몰려드는 저비용항공사, 기대 그리고 우려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9.03.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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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항공사가 많아 제 살 깎기 경쟁을 하고 있는데…"

최근 만난 한 저비용항공사(LCC) 대표는 한숨을 내지었다. "좁은 땅에 항공사가 이렇게 많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이달 초 LCC 3곳이 새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은 것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털어놨다.

국내 LCC는 기존 6개사에서 9개사 체제로 개편됐다. 항공업계는 정부 결정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2개사가 면허를 받을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가서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목표는 분명하다. 항공사가 늘어나면 경쟁이 생겨 운임이 떨어지고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그간 LCC가 해외여행 대중화를 이끈 건 분명하다. 가격, 서비스, 노선 면에서 과점 형태였던 항공시장에 LCC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해외로 나간 여행객 중 10중 3명은 LCC를 이용했다. LCC 맏형 격인 제주항공은 매출 1조원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문제는 LCC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한국은 미국과 LCC가 가장 많은 국가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일본(8개), 독일(5개), 캐나다(4개)보다 많다. 과당경쟁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항공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조종사, 정비사 등 항공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LCC 간 치열한 인력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항공기 사고는 한번 터지면 엄청난 피해로 이어진다. 최근 보잉 여객기 '737 맥스'가 반년 새 잇달아 추락해 그 피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신규로 허가받은 LCC가 항공기를 제때 띄우려면 먼저 운항증명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안전운항체계 전반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새 LCC가 제2의 메기가 아니라 미꾸라지가 돼 지금까지 쌓아놓은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LCC 업계 목소리를 결코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기자수첩]몰려드는 저비용항공사, 기대 그리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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