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차태현·김준호 '내기골프'돌려줘도…도박죄 될까?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19.03.1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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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대법원 판례 "1타당 50~100만원 건 상습 내기골프 도박죄 인정"…딴 돈 돌려주면 안될 수도

차태현 /머니투데이 DB차태현 /머니투데이 DB


배우 차태현과 개그맨 김준호 등이 수백만원 상당의 '내기 골프'를 수차례 즐겼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들은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고 밝혔다.

차태현은 소속사 해명을 통해 "2016년도의 일이며 보도된 바와는 달리 해외에서 골프를 친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지인들 또는 동료들과의 골프에서 내기 골프 금액을 실제로 가져온 적 없으며 단순히 게임의 재미를 위해 게임 도중 주고받았을 뿐 그때그때 현장에서 돈을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김준호도 거의 같은 내용으로 소속사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그렇다면 이들의 내기 골프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닐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내기 골프도 도박죄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골프장에서의 내기는 각자 핸디캡을 정하고 홀마다 또는 9홀마다 별도의 돈을 걸고 잘 친 사람이 돈을 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캐디피 혹은 식사비 내기를 하는 정도라면 별문제가 없으나 지속적으로 큰돈을 걸고 하는 내기 골프는 처벌 대상이다.



내기 골프를 친 4명의 행위가 도박에 해당한다며 유죄판결을 내린 대법원 판례에선 1타당 50만~100만원을 상금으로 걸고 상습적으로 내기 골프를 친 피고인들에 대해 도박죄 성립을 인정했다.(2006도736 판결)

언뜻 생각하면 골프는 승패가 참가자들의 기량과 재능에 주로 지배되는 운동경기로 '도박죄'에서의 '우연성'이 부족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법 제246조에서 도박죄를 처벌하는 이유는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않은 재물취득을 처벌함으로써 경제에 관한 건전한 도덕법칙을 보호하는 데에 있다고 설명했다.


내기 골프도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도박'의 성질을 보인다는 거다. 즉 실력이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항상 승리할 수 없는 탓에 '우연성'이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도박죄에서의 '우연성'은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해도 우연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될 때에는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이지만 바둑, 장기, 마작 등에 대해서도 도박죄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

다만, 관련 법조항에선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를 도박죄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개별 사건에서도 일시적인 오락에 불과했는지가 주로 문제된다. 이웃에서 도박판을 벌이는 것을 보고 신고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판돈이 적거나 일회성인 경우엔 일시적 오락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얼마 이상 몇 회 이상을 도박으로 처벌한다는 일관적인 기준을 설정하기는 힘들다. 참가자들의 재력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

박의준 변호사(머니백 대표)는 "차태현과 김준호가 내기 골프로 딴 돈을 바로 돌려줬고 가져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도 도박죄 처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기를 했더라도 딴 돈을 가져가지 않았으면 도박죄 성립이 안 될 수도 있다. 관련 법령과 판례에 따르면 도박죄를 처벌하는 이유는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아니한 재물의 취득을 처벌하는 건데, 딴 돈을 취하지 않았으면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국가대표나 프로운동선수들이 상금을 타기 위해 대회에 참가비를 내고 참여하는 것도 '도박죄'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실제 이정렬 전 판사는 서울남부지방법원 재직시절 위 대법원 판례의 1심 판결(2004고단4361)에서 "내기 골프는 도박죄가 아니다"란 결론을 내면서 그런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내기 골프가 도박죄에 해당된다'면 프로운동선수의 마이너스옵션계약이나 스킨스(Skins) 방식의 골프경기 혹은 우리나라 대표 골프선수들이 서로 재물을 걸고 하는 골프 경기도 모두 도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돼 불합리함이 발생하게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전 판사의 1심 판결은 2심에서 파기됐다. 2심(2005노2065)은 "대회 상금은 국가나 프로구단 등이 소속 선수의 분발을 촉구하는 방편으로 마련한 장치에 불과하고 선수에게 지급하는 재물은 그 노력으로 증진된 국가나 소속구단 등의 명예 내지 광고효과 등 긍정적인 가치창출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지 이를 도박 판돈과 같이 평가할 수 없다"고 봤다. 스킨스 방식의 골프경기는 그 성격과 목적, 상금의 출처, 상금취득의 정당성이나 도박죄 보호법익의 침해 여부 등 제반 사정을 따져서 도박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대표급 골프 선수끼리 대회가 아닌 사적인 내기 골프로 특별한 이유 없이 서로 재물을 걸고 경기를 하는 경우에도 도박죄가 성립한다.

접대 골프에서 흔히 벌어지는 '져주기 골프'는 어떨까. 그런 경우엔 일단 도박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적다. '내기 골프'의 외형을 보이지만 실제론 아니기 때문이다.

골프 경기를 통해 상대방에게 일부러 져 준 경우는 법의 잣대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물론 대가성이 있다면 '뇌물죄'에 해당된다. 대가성이 없더라도 일부러 '공직자' 등에게 져 준 경우 김영란법 위반 혐의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입증이 거의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과거 여러 차례 내기 골프 접대방식이 적발되기도 했지만 실제 기소까지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뇌물액을 특정하기도 어렵고 내기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입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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