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따이궁' 막히면…신규 면세특허 '시기상조'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19.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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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 수수료 때문에 어려운 데 더 힘들어지게 생겼네요.“

정부가 검토 중인 신규 면세 특허 발급에 대한 한 면세점 관계자의 말이다. 면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자칫 거품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면세시장은 지난해 기준 19조원 규모로 성장해왔다. 2017년 중국 정부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졌지만, 지난 2년간 2배 가까이 성장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 같은 성장 배경에는 따이공이 있다.



일반 관광객보다 씀씀이가 큰 따이궁은 면세시장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따이궁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전인 2016년 300달러 수준이었던 국내 면세점 외국인 1인당 구매 금액이 2년이 지난 지금 624달러로 껑충 뛰었다.

따이궁이 면세 시장 성장에 기여한 바는 크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따이궁 유치를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수수료가 치솟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신규 면제점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커진 시장규모에 발맞춰 신규 면세 특허를 발급하고, 사업자가 더 늘어난다면 면세점들의 내실 경영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수수료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면세점들의 적자는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면세시장이 규모나 매출만 커지는 빛좋은 개살구가 되기 십상이다.

더욱 큰 문제는 따이궁이 언제까지 한국을 찾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과거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韓令)으로 유커의 한국 관광을 막았던 것처럼 언제 따이궁에 제재를 가할지 모른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 면세 특허 확대는 시기상조다.

지금은 면세시장의 외형 확장보다는 정상화에 주력할 때다. 기형적인 따이궁 중심의 시장 구조를 바꿔야한다. 또 중국인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는 관광시장을 만들어야한다. 신규 특허 발급은 그 이후에 해도 결코 늦지 않다.
[기자수첩]'따이궁' 막히면…신규 면세특허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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