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하락 착시...강북은 계속 올랐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9.03.12 05:35
글자크기

강북 14개구 아파트 중위값 ‘역대 최고’, 청약 당첨 어렵고 직주근접 단지 수요 지속된 영향

서울 집값 하락 착시...강북은 계속 올랐다


한국감정원 등 각종 부동산 통계조사기관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 말부터 3개월째 하락세라고 발표했지만 수요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었다.
 
이 기간에 강남권 고가 재건축단지는 고점 대비 수억 원이 떨어졌지만 강북권 단지는 9·13대책 이후에도 가격 오름세가 지속된 까닭이다. 강남권 아파트값 하락세가 강북권 아파트값 상승세를 가린 이른바 ‘평균의 함정’이다.
 
보통 강남권 아파트값이 하락하면 강북권 아파트도 시차를 두고 약세를 보였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찬반양론이 맞선다.
 
1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서울 강북 14개구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6억367만원으로 전월대비 51만원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으로 평균가격보다 시세 흐름 전망 파악에 유용한 지표다. 이 지표가 오름세를 유지한 것은 시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부와 시장에서 9·13대책의 효과가 본격화한 시기로 판단하는 지난해 11월 이후 서울 강남·북 아파트값 흐름은 확연히 갈렸다. 강남 11개구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10월 10억6639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올해 2월(10억4506만원)까지 4개월 연속 떨어졌다.

하지만 강북 14개구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8월 5억3376만원에서 9월 5억6757만원으로 급등한 이후에도 계속 올라 올해 1월 처음으로 6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3월 5억원을 넘은 뒤 불과 9개월 만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4억3552만원이던 강북 14개구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21개월간 1억6815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 11개구 아파트의 중위가격 상승폭(2억9327만원)보다 작지만 상승률은 38.6%(강남 11개구 40%)로 비슷하다.
 
강북권 아파트 시세가 강남권과 달리 오름세를 유지하는 이유는 수요가 꾸준해서다. 직장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면서 강남권보다 가격대가 낮은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층이 많다는 얘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여윳돈이 부족한 실수요층이 찾는 4억~6억원대 중소형 아파트는 강북권에 많은데 입지가 좋은 단지는 대기수요가 아직 길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침체된 것과 달리 강북권은 대형 개발호재 지역이 많다는 점이 시세 흐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북권에서도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른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주요 단지는 최근 하락세지만 개발 호재에도 불구하고 장기 소외된 동대문 청량리 등 일부 지역은 가격이 대폭 오르는 차별화한 모습을 나타냈다”고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