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될래요"…15년만에 바뀐 日 초등생의 꿈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03.11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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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규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융합교육단장 “노벨상 수상 과학풍토와 이과중시교육 주효”

이정규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융합교육단장/사진=한국과학창의재단이정규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융합교육단장/사진=한국과학창의재단


지난해 1월 NHK를 비롯한 일본 다수 언론은 다이이치생명보험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일본 초등생 남자아이들 희망직업 1위로 ‘박사·학자’(여자아이들 1위는 ‘식당주인’)가 선정됐다는 내용이다. 2003년 이후 15년만에 ‘박사·학자’가 다시 1위로 올라섰다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1989년부터 매년 같은 조사를 시행해온 기관은 이에 대해 한결같이 “일본의 미래가 매우 희망적”이라고 평했다.

같은 해 우리나라 초등생 희망직업 순위에서 과학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일본 아이들 사이에서 야구·축구선수 등 거액의 연봉을 거머쥘 수 있는 스포츠 스타가 1~2위를 다투며 부동의 상위권을 유지하던 가운데 어떻게 박사·학자가 선호도 1위 직업으로 다시 올랐을까.



이 같은 변화를 연구해온 이정규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융합교육단장은 그 원인을 두 가지로 봤다. “첫째는 지난 수년간 매년 노벨상 수상이 이어졌다는 점이고, 둘째는 국가교육과정 개정에서 이과수업을 충실히 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2000년 이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다. 1949년 첫 노벨상 수상 이후 지금까지 노벨과학상 23명 등 모두 26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 단장은 “한 우물 파기 연구와 실패를 용인하는 R&D(연구·개발) 제도, 학자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일본 고유의 ‘도제식’ 풍토, 1980년부터 단기보단 장기 R&D 연구를 꾸준히 지원한 결과 등이 노벨상 수상의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4년간 수상도 과학 분야에서 나왔다. 이 단장은 “수상자 대다수는 미국 박사 학위자가 아닌 일본 박사 학위자로 일본인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대우나 무한한 존경심과 신뢰 등이 일본 아이들이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또 전국에 한국의 과학고와 같은 ‘슈퍼 사이언스 하이스쿨’을 신설하는 등 교육시스템 기반을 다지고, 국가교육과정을 이과 중심으로 개편한 것도 학생들의 희망직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단장은 “한국의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할을 하는 일본 문부성이 과학적 견해와 사고를 육성하고 이론보다는 관찰·실험·체험 위주로 배우고 즐길 수 있게 교육과정을 전면 수정했다”며 “특히 이과 과목에선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중점적으로 실었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과학문화행사를 펼친 과학문화조성사업도 한몫 했다. 이 단장은 “우리나라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에 기반한 창의적·융합적 사고를 지닌 인재를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며 차별화된 교육 방향과 전략수립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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