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미소 女주인공' 편견 박살내는 '캡틴 마블'

머니투데이 이소연 인턴기자 2019.03.09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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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 라슨 웃는표정 포토샵 나돌아…라슨, '웃음짓는' 아이언맨·캡틴아메리카 공유 되치기

'미소짓는 상냥한 여자주인공'이라는 할리우드의 오래된 편견을 영화 '캡틴 마블'이 깨부수면서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좀 웃어야지! 목석같구먼."

마블 스튜디오에서 지난 9월 영화 '캡틴 마블' 예고편을 공개한 직후, 주인공 역할의 브리 라슨(29)은 일부 마블 팬들의 비난과 조롱에 시달려야 했다. 이유는 부족한 연기력도, 어색한 발음도, 막말이나 인성 논란도 아녔다.



몇몇 팬들이 문제 삼은 것은 바로 라슨이 충분히 미소짓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좀 웃어라. 표정이 하나밖에 없냐?" 라거나 "이렇게 정색하는 슈퍼히어로는 처음 본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일부 네티즌들이 라슨의 얼굴을 웃는 표정으로 포토샵 수정해 올리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유튜브 Viralcurrent 캡쳐/유튜브 Viralcurrent 캡쳐


그러나 이러한 불만은 곧 '상냥하고 얌전한 여자주인공'을 버리지 못하는 구시대적인 여성관 표출이라는 반발 역시 거세게 일어났다. 타임스지는 "여성에게 미소를 강요하는 것은 미소지니시트(Misogynist 여성 혐오주의자)들이 애용하는 전략이다. 그래서 예고편에 나온 라슨의 강인한 (웃음기 없는) 표정에 트위터 '선동가'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라고 비판했다.



라슨의 팬들은 '미소 짓는 슈퍼히어로'는 허구며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편견이라는 점을 재치있는 해학으로 풍자로 반박했다. 그들은 남성 히어로의 사진도 똑같이 웃는 모습으로 수정했을 때의 어색함을 지적했다. 이를 통해, 이전 그 어떤 남성 마블 히어로도 상냥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며 여성 히어로에 대한 이중 잣대를 꼬집었다.

/ 브리 라슨 인스타그램 캡쳐 / 브리 라슨 인스타그램 캡쳐
/브리 라슨 인스타그램 캡쳐 /브리 라슨 인스타그램 캡쳐
브리 라슨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어색하게' 미소짓는 남성 히어로의 수정된 사진을 공유하며 고정관념에 맞섰다. 그녀는 "놀라운 소식이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도 충분하다. 웃든 안 웃든 상관없다.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강인해질 수 있다."라며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비난의 어리석음을 보여준" 성숙한 대응책이라며 칭찬했다.

여성 캐릭터의 정형성에 대한 논란을 딛고, 영화 '캡틴 마블'은 현재 전 세계의 극장가를 싹쓸이하며 '흥행 대박'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5일 개봉 당시 사전 예매 점유율은 91%에 달했으며, 8일 중 100만 명 관객을 넘어섰다. 중국에서도 240만 달러 이상을 벌써 벌어들여 역대 히어로 영화 중 5위 자리를 차지한 상태다. 영화는 북미에선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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