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R&D 확대보다 비효율성 제거…'시스템 만능주의' 벗어나라”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03.04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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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조로화·차이나 포비아·신성장동력 부재’ 속 정부 R&D 역할 강조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사진=KISTEP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사진=KISTEP


한국 경제의 조로화(早老化), 중국의 ‘과학굴기’와 ‘차이나 포비아’(China Phobia, 중국 혐오·공포증), 경직된 국내 산업구조와 미래를 이끌 선성장동력 산업 부재에 우리가 대처할 방법은 무엇일까.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 R&D(연구·개발) 투자 구조의 효율성·생산성을 확보해 지속가능한 개발 토대를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가 연 ‘제1회 NIS(National Innovation System; 국가혁신체계) 정책 콜로키엄’ 기조강연에서 ‘성장 동력의 상실 속 공공 R&D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주원 실장은 먼저 경제 조로화로 산업 역동성을 잃어버린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선진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재 성장률이 상승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며 기업투자 위축과 함께 2016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노동력 부족 현상 등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주 실장은 한국경제연구원의 ‘업종별 최대 경쟁국과 경쟁력 지수’를 인용하며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넛크랫커로 수년 내 디스플레이,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선박, 철강,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등 대부분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8대 주력산업 중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선반 등 4개 분야에서 한국이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3년에 후에는 선박만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실장은 중국 기술력 급상승으로 국내 산업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차이나 포비아’도 산업계 해결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기초소재산업에서 완성재 산업까지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고, 디스플레이 패널과 반도체 산업도 위험 수준에 접근했다”며 “중국과 한국의 기술격차는 축소 추세로 일부 신기술에선 중국이 한국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조사한 ‘한·중 산업기술 격차’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1년에서 2017년 0.7년으로 좁혀졌다.



특정 산업에 편향된 성장구조가 지속된 가운데 신성장 동력 출현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언급됐다. 그는 “제조업에서 반도체만 ‘나홀로 성장’을 지속하다 최근 반도체 경기 악화로 전체 수출경기 급락을 맞은 데다 서비스업에서도 정보통신서비스업 이후 새로운 주력산업의 등장이 늦춰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수출성장동력 품목 수출 규모’ 자료에 따르면 2차 전지(72억3000만달러, 2018년 기준), 바이오·헬스(81억4000만달러), OLED(103억달러), 전기차(18억달러)의 수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4대 분야의 수출 비중은 전체의 4.5%(2018년 기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주 실장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 R&D 사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공공 R&D 투자 규모를 확대하려는 노력보다는 비효율성을 낮추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특히 관리 제도를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이른바 ‘시스템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획일적 성과주의 확산은 경계하면서 공공R&D 성과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 지원 사업의 경우 사후 성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옥석을 가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 실장은 아울러 “녹색, 창조경제, 4차 산업혁명 등 우리 국가R&D는 제대로 된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유행을 따라가는 경향이 높다”며 “산업계 신뢰를 얻기 위해선 (국가R&D사업이)정권의 국정기조를 뒷받침하려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제 저성장으로 인한 재원의 제약으로 사업 간 재원 조달의 제로섬 게임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R&D 사업이 앞으로 다른 사업에 비해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는 것을 이번에 증명하지 못하면 국가전략상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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