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 : 유관순이야기’, 유관순을 만나다

서지연, 김리은, dcdc ize 기자 2019.02.28 09:06
글자크기
‘항거 : 유관순이야기’, 유관순을 만나다


‘더 와이프’ 보세

글렌 클로즈, 조나단 프라이스, 크리스찬 슬레이터, 맥스 아이언스
서지연
: 조안(글렌 클로즈)은 남편 조셉(조나단 프라이스)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기뻐하지만, 시상식 일정이 진행될수록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오래 전부터 조셉의 평전을 쓰기 위해 부부를 지켜봐왔던 나다니엘(크리스찬 슬레이터)은 조안에게 비밀을 털어놓을 것을 종용하고, 서서히 영광의 순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킹메이커’를 자처해야만 했던 조안의 비밀이 밝혀질수록 인물간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며, 블랙 코미디와 같은 헛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비단 과거에 국한 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킬만한 작품. 특히 글렌 클로즈는 실제 그러한 삶을 살아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조안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배우가 어떤 경지에 오른 순간을 목격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 보세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류경수
김리은
: 1919년 3.1 만세운동 이후 유관순(고아성)은 서대문 8호실에 24명의 수감자들과 함께 갇힌다. 앉거나 눕기조차 어려울 만큼 비좁은 세 평 남짓의 공간에서 유관순은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김예은)과 수원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기생 김향화(김새벽), 그리고 다방 종업원 이옥이(정하담) 등 여성 수감자들과 연대하며 독립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흑백 위주로 전개되는 영상 연출이 메시지와 스토리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독립운동가들이 처했던 열악한 상황이나 고문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되 이를 수단화하지 않는 세심함이 엿보이고, 유관순의 의지와 고뇌를 표현해낸 고아성의 열연이 강렬하다. 스토리의 긴장감이 다소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역사에 가려졌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재현했다는 것만으로 전해지는 울림이 있다.



‘이월’ 글쎄
조민경, 김성령, 이주원
dcdc
: 고시생 민경(조민경)은 집세를 내지 못해 집을 나오게 된다. 민경은 대학시절 룸메이트였던 여진(김성령)이 요양을 하고 있는 시골집이나 어린 아들과 둘이 사는 진규(이주원)의 집 그리고 컨테이너 등을 전전하며 발붙이고 살 곳을 찾지만 다양한 이유로 이 장소들을 떠나게 된다. 가난한 여성을 주연으로 삼고는 반복적으로 고난을 내리는 또 하나의 작품이 나왔다. 인물의 고민이나 갈등이 발전하지 않고 재난과도 같은 사건들의 연속으로만 이야기가 이어진다. 추운 겨울, 새벽이 되어 차가 끊긴 나머지 갈 곳이 없는 사람들끼리 모인 술집처럼 먹먹한 영화다. 이런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갑게 볼 지도 모르겠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