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김정은에 '체제안전 보장' 약속할 것"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2.27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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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고 北전문가'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교수 인터뷰…"2차 북미정상회담, 평화선언·연락사무소 설치 논의 가능성"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한국학연구소장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한국학연구소장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수순에 따른 '점진적 제재 해제' 뿐 아니라 일종의 '체제안전 보장'을 약속할 것이다."

미국 최고의 북한 전문가인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한국학연구소장(57)은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내다봤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체제전환(regime change)를 시도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암스트롱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일종의 '평화선언'(peace declaration)과 북한 비핵화를 위한 보다 새롭고 상세한 '로드맵'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양측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문제가 논의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모든 제재를 풀어주는 대가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받는 '그랜드바겐'(grand bargain·일괄타결)을 기대해선 안 된다"며 "대신 양쪽에서 한 단계씩 양보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장기적으로 '평화협정'과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놓고 미국 조야에선 회의론이 팽배하다. 암스트롱 교수에게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 역시 낙관적이진 않았다. "북한이 미국처럼 강력한 적대국을 마주한 상태에서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상대로 평화 대화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동결하거나 획기적으로 줄이도록 유도할 수는 있다."

암스트롱 교수는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보다 과정 자체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말 그대로 장기적인 목표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만 많은 어려움들로 인해 당장은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안정에 대해 이해관계와 권리를 갖고 있는 남북한과 미국 모두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동의 인식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 등 당사국 지도자들은 대화와 협력 등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남북통일과 관련, 암스트롱 교수는 "통일은 쉽게 이룰 수 없는 장기적인 과정"이라면서도 "북한이 비핵화될 경우 남북간 교류와 협력, 양국의 궁극적인 통합이 촉진시킬 것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한편 남북한과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결국은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암스트롱 교수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자신의 병력을 철수시키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심지어 북한도 북미 관계가 덜 적대적으로 바뀌면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해도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2020년 대선 이후 미국에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설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북미 관계 개선이란 현재의 흐름을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약간의 수정을 가할 수는 있을지라도 완전히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미동맹도 마찬가지로 당분간은 현행대로 유지될 것이다."

뉴욕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소속인 암스트롱 교수는 미국 학계에서 북한 등 한반도 분야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예일대 학사, 런던 정치경제대 석사를 거쳐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3년 펴낸 저서 '약자의 폭정: 북한과 세계, 1950-1992'는 미국역사학회가 수여하는 '존 페어뱅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62년 대구에서 태어나 두살 때 미국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1984∼1986년 연세대 한국어학당을 다니며 당시 민주화운동을 직접 목격한 미국의 대표적 '지한파' 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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