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M&A투자 뜸한 이유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2.23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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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후 인수합병 '빅딜' 없어…사모펀드 간 경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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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AFPBBNews=뉴스1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AFPBBNews=뉴스1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난 3년 간 대형 인수합병에 나서지 않으며 침묵하고 있다. 사모펀드 간 경쟁으로 인수합병 시장이 과열되면서 좋은 매물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핏은 2016년 미국 항공기 부품 제조사 '프리시전 패스트파츠'를 320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이후 '빅딜'에 나서지 않고 있다. 버핏은 이듬해인 2017년 미국 고속도로 휴게소 체인인 '파일럿 플라잉 J'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이 때 투자한 28억달러가 지난 3년 간의 최대 액수다.



WSJ는 "인수합병을 빠르게 추진하려는 사모펀드 등 각종 펀드들이 버핏이 내려는 금액보다 많은 액수를 제시하고 있다"면서 "버핏은 유례없는 (인수합병)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합병 시장이 과열되면서 전체적인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전문 시장조사업체 프레긴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21조달러(2경360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 중이다. 지난 2008 금융위기 이후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현금은 지난해 9월 기준 1003억달러였다. '빅딜'에 나서지 않으면서 지난 5분기 연속으로 1000억달러 선을 넘겼다. 스미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빌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금리가 낮은데다가 사모펀드에는 투자금이 넘쳐흐른다"면서 "(버크셔가) 기업을 인수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버핏은 그동안 기업 가격이 지나치게 높을 때에는 투자를 지양해왔다. 지난 1969년에는 투자할만한 기업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사업을 접은 바 있다. 1990년대 '닷컴 버블'로 IT 관련 기업들이 인기를 끌 때는 오히려 IT 기업 투자를 기피했다. 2005년 투자 열풍이 불자 "버크셔가 그동안 인수하는데 성공했던 '좋지만 무난한' 기업들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불황 때 투자에 나서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골드만삭스·제네럴일렉트릭 등 위기를 맞은 우량기업들을 기사회생 시켰다. WSJ는 버핏이 금융위기 당시 투자한 돈으로 100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버핏은 지난해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도 "괜찮지만 훌륭하지는 않은 기업들의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낙관적인 투자자들에게 가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중반처럼 가격이 높다고 지적하며 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것.


그러나 기존과 달리 버크셔는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버크셔의 주식수익률은 지난 10년 간 연평균 7.7% 를 기록하며 S&P500지수에 오른 기업들의 평균인 8.5%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버크셔 주주들이 오는 23일 버핏이 보낼 예정인 연례 서한에서 그의 새로운 투자 계획을 기대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버크셔는 이날 연간 실적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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