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100년후 광화문광장을 그리다

머니투데이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 2019.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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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화문 광장 때문에 고민 많으시겠어요. 흰머리가 많이 늘었네요”

요즘 지인들이 한결같이 건네는 인사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에 쏟아지는 높은 관심과 우려의 목소리는 역사적 과업으로서 이 사업이 갖는 무게감을 방증한다.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발표 후 수면 위로 떠오른 다양한 생각을 보며 소통이야말로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전제임을 뼈아프게 배웠다. 이 지면을 빌어 새로운 광화문광장에 대한 오해를 이해로 바꿔가고자 한다.



첫째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은 그대로 실현되나? 그렇지 않다. 이제 막 ‘새로운 광화문’의 초벌 스케치를 끝냈을 뿐이다. 당선작은 100년 광장인 광화문의 의의와 방향성을 담아 그려낸 밑그림이다. 올 연말까지 시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수정과 수정을 거듭할 때 비로소 ‘우리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의 설계안이 완성될 것이다.

그렇기에 동상이전이나 정부종합청사 부속건물의 재배치 문제와 같은 부수적 문제 이전에 저 그림을 어떻게 보완해 ‘100년 후 서울,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될 광화문광장’으로 완성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물론 동상이전과 정부종합청사 부속건물의 재배치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명확하다. 현재의 동상들은 설계공모 지침서에서부터 이미 존치를 원칙으로 했다. 광화문 위 동상은 이미 우리 역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설계자의 창의적 제안에 시민 여론, 사회적 공감대를 더해 조속히 결론을 내릴 것이다. 정부종합청사 문제 역시 청사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안부와 실무적 협의를 통해 최선의 결론을 찾을 것이고,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일관된 입장이다.

둘째 광화문광장이 재탄생하면 집회와 시위로 몸살을 앓는 정치광장이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거대한 중앙분리대, 외로운 섬, 자동차 바다위의 바지선이라는 오명을 달고 있는 현 광장에 대한 성찰이 먼저다. 자동차의 소음과 위협이 일상화된 광장에선 마음 편히 걷기도 힘들고 또 마땅한 볼거리도, 쉴 곳도 마련되기 힘들다. 광화문광장이 큰 맘 먹은 시민들이 호기심 어린 마음에 방문하는 일회성 공간, 집회와 시위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있다.

지난 10년간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과거의 성찰로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미 준비는 시작됐다. 작년 7월 구성된 광화문시민위원회에서는 새롭게 탄생하는 광장의 운영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광장은 시민이 주인인 열린 공간으로 시민의 자유로운 행위를 제약하지 않되 ‘비움’이라는 광장의 본질을 최대한 보장해 비일상적이고 계획된 행사는 최소화 한다는 원칙을 설정했고, 국민들의 바람과 우려를 모두 녹여, 국민의 합의가 전제된 광장 운영 가이드라인으로 완성해 가고 있다.


셋째 안 그래도 막히는 광화문 일대가 교통지옥으로 바뀌나? 새로운 광화문광장이 조성되면 현행 왕복 10차로 중 세종문화회관 쪽 도로는 광장에 편입되고 교보문고 쪽 도로는 왕복 6차로로 개편되기에 다소간의 교통 불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사전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사직, 율곡로가 우회하고 세종대로가 축소되면 광화문일대 통행속도는 약 11.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현재 광화문 이동 차량의 78.8%는 단순 통과차량이며 출퇴근 승용차 이용자가 47.6%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심을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재편해 불필요한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인프라를 확충해 ‘출퇴근=대중교통’ 공식이 정착시켜간다면 교통혼잡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일시적 불편으로 끝날 것이다. 걷는 도시는 후퇴하기 어려운 세계적 흐름이다. 시민들의 인내만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 광화문역 신설을 포함한 다양한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을 준비하고 있다.

100여년 전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는 ‘새해 나들이’라는 작품을 통해 설날 아침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아이들이 광화문 해태 상 앞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100년 후 우리가 그릴 광화문광장은 어떤 그림이 될까?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전 세대가 함께 즐기는 모두의 광장,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함께 어울려 행복해하는 통합의 광장이 현실이 되어 그려지길 기대해 본다.

[기고]100년후 광화문광장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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