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BBNews=뉴스1
2003년 3월13일, 게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하원 연설대에 오르자 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독일은 1996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다는 기쁨도 잠시, 막대한 동·서독 통일 비용과 과잉 복지, 높은 실업률 등이 경제를 짓누르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국민소득이 3만달러 밑으로 후퇴했고, 2002년 2만3710달러까지 하락했다. 당시 독일은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라고 불릴 정도로 처참했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4만달러 고지까지는 만만치 않은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 탄탄한 경제 기초 체력을 만들어 독일처럼 저성장의 늪을 돌파하느냐, 남유럽처럼 넘어지느냐 고비를 맞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2만달러 벽을 넘은 후 3만달러 달성까지 12년이 걸렸다. 일본(4년), 독일(6년), 미국(9년)에 비하면 다소 느린 편이다. 이들은 4만달러 돌파까지 다시 3년, 11년, 8년이 걸렸다.
미국은 일본보다 늦은 1996년에야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다른 국가들이 3만달러 진입 후 부침을 겪은 것과 달리 미국은 꾸준한 성장을 유지했다. 경기 침체 신호가 보일 때마다 각종 개혁안으로 고삐를 당겼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부유층과 개인 소득세를 올려 정부 재정적자를 줄이고, 공무원 수십만명을 해고하며 몸집을 줄였다. 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교육개혁에 집중해 부실 학교를 정리하고 눈먼 국가 지원금 지출을 줄이는 등 이코노미스트지로부터 "성공한 공교육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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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 미국은 2004년엔 4만달러 벽을 넘었고 2011년엔 5만달러 벽까지 깼다. 미국은 국민소득 6만달러 진입도 코앞에 두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는 3만달러 시대를 열고도 발빠른 경제개혁을 못해 넘어진 경우다. 이탈리아는 2005년 3만달러를 돌파했고, 2008년까지 가파르게 국민소득이 상승했으나 금융위기 당시 부채로 쌓은 부실한 경제성장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7년에는 3만1020달러까지 떨어졌고, 현재도 막대한 재정적자로 유럽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