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 'FI와 계약 원천무효 소송 나선다'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김도윤 기자 2019.02.19 17:33
글자크기

SHA 주주간계약 원천무효 채무부존재인용 준비…안진회계법인 상대 가격산정 손배소 제기

신창재 회장 'FI와 계약 원천무효 소송 나선다'


교보생명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중재신청에 나서기로 결정한 가운데 신 회장이 FI들과 맺은 SHA(주주간협약)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취지의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FI들이 신 회장에게 제시한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의 공정시장가격(Fair Market Value)을 산정한 안진회계법인에 대해선 자의적으로 가격을 산정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토중이다. 2조원에 이르는 풋옵션 행사 금액을 두고 신 회장과 FI의 법적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IB(투자은행)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PEF(사모펀드) 어피니티 상대로 무효소송(사기·착오로 인한 SHA 원천무효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은 채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측이 해당 채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측을 상대로 채무가 없음을 판결로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말한다.



2012년 9월 어피니티와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구성된 어피니티컨소시엄은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사들였다. FI들은 SHA를 통해 신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해준다는 조건으로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약 조건을 내걸었다.

신 회장 측은 당시 FI와 SHA를 체결할 당시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받지 못한 채 상대방의 강요로 협약에 체결됐다는 입장이다. 당초 신 회장을 포함한 우호지분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FI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당시 참모진인 L부사장, H고문, S전무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풋옵션 조항의 위험성을 함구하고 절실하지도 않았던 딜을 주도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신 회장 측은 FI들이 주장하는 2조원의 풋옵션 규모가 과도하며, 이를 산정한 안진회계법인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FI(재무적투자자)들은 교보생명이 약속 기한까지 IPO(기업공개)를 추진하지 않자 지난해 11월 신장채 회장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492만주)에 대한 가치 산정을 의뢰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주당 40만9000원을 책정했다. FI는 보유지분 가격으로 약 2조122억 원을 요구한 셈이다.

신 회장 측은 이 공정가격이 FI에 가장 유리한 시점인 2017년말로 책정된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FI의 요구액이 IPO(기업공개) 이후 교보생명의 상장가치의 2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FI측의 풋옵션 행사 뒤 지난해 12월 교보생명 이사회는 IPO 추진을 결의했다. 하지만 FI측은 교보생명 IPO는 이제 풋옵션 행사와 무관한 일이라며, 향후 국제중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국제회계기준 및 신지급여력제도 등에 따라 자본확충 수요가 크기 때문에 IPO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FI측의 풋옵션 행사로 IPO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교보생명의 재무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FI측이 2012년 금리상승 기대감을 바탕으로 교보생명에 투자한 뒤 금리하락 기조가 이어지자 투자 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고 계약상 내용을 토대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교보생명이 계약 내용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을 경우 M&A(인수합병)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가 될 것이란 비판도 적잖다. 이 때문에 교보생명과 FI가 기업의 건전한 발전 등을 위해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