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판교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중추신경계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SK바이오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증시 상장전략이 ‘상장 후 성과’에서 ‘성과 후 상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기술수출 같은 가시적 성과를 토대로 몸값을 한껏 끌어올린 뒤 넉넉하게 자금을 확보하고 연구개발(R&D)에 매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7조원으로 이중 미국이 5조원을 차지한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에서만 연간 최소 1조원대 매출을 노린다. SK바이오팜은 게다가 미국 기업에 판권을 넘기지 않고 자체 판매를 위해 SK라이프사이언스까지 두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미국에서 직접 판매에 나서기는 SK바이오팜이 처음이다. 2011년 재즈사에 기술수출한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도 FDA 허가를 앞둔 상황이다. 업계는 국내 증시에 상장할 경우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이 10조원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본다.
오스티오뉴로젠도 기술수출 후 화려한 상장을 꿈꾸는 신생 기업이다. 특발성 폐섬유화증(IPF)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약이 없는 NASH에 기대가 크다. 오스티오뉴로젠은 NASH를 유발하는 4가지 현상 가운데 2가지를 동시에 해소하는 물질을 찾아냈고 글로벌 제약사 3곳과 기술수출을 협의 중이다. 오스티오뉴로젠은 2021년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업계는 국내 제약·바이오 벤처들의 기술력을 세계가 주목하면서 ‘성과 후 상장’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 유리한 조건에 자본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자금에 목마른 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을 선호했는데 기대만큼 공모가가 받쳐주지 않아 상장 후에도 애를 먹는 곳들이 많았다”며 “기술수출 사례가 늘면서 자신감을 얻은 벤처들이 상장 전략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