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잡지 빼고 재떨이까지… 日편의점의 속사정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02.1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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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계기 잇따라 '퇴출' 선언
흡연자들 "남겨달라" 불만 표하지만
젊은 고객 줄어들어 고민인 편의점
과거 대표상품·이미지 바꾸기 나서

"재떨이 없애는 편의점이 늘어나고 있으니 흡연자들은 예절을 지키자"는 내용의 트위터 글. "재떨이 없애는 편의점이 늘어나고 있으니 흡연자들은 예절을 지키자"는 내용의 트위터 글.


"마지막 오아시스는 남겨달라."

이는 일본 흡연자들이 편의점에 점포 앞 재떨이를 없애지 말아달라는 요청의 말이다. 얼마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편의점 세븐일레븐 업주들이 재떨이 철거 문제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면서 이러한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달 일본 편의점들이 성인잡지 판매를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재떨이도 퇴출되는 것이다.

사실 일본은 식당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을 만큼 '흡연자 천국'으로 불린다. 상당수 편의점들은 매장 앞에 재떨이를 놓아둬 사람들이 편히 담배를 피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내 금연 바람이 불며 상황이 달라졌다. 도쿄도는 지난해 6월 원칙적으로 음식점에서 금연하는 '수동흡연(간접흡연) 방지 조례'를 통과시켰다. 세븐일레븐은 이런 변화에 발맞춰 지난해 말 재떨이 철거 방침을 정하고 가맹점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본인들. /AFPBBNews=뉴스1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본인들. /AFPBBNews=뉴스1
일본 편의점들이 성인잡지 판매를 중단하고 재떨이를 철거하는 데에는 겉으로 올해 9월 럭비월드컵, 내년 올림픽를 계기로 한 대외 이미지 개선을 내세우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편의점 업계의 고민이 숨어 있다.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고객수는 전년비 1.3% 줄며 3년 연속 감소했다. 고객의 평균 나이마저 자꾸 올라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세븐일레븐만 해도 지난 2009년 2월 기준 29세이하 고객 비중이 34%였는데 지난해 2월에는 20%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50세 이상은 26%에서 37%로 늘었다.



이런 와중에 잡지, 담배 같은 편의점의 대표적인 상품의 판매도 줄고 있다. 책과 잡지 매출은 10년 전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고, 특히 성인잡지는 전체 매출의 1%미만이라고 세븐일레븐은 밝혔다. 성인잡지 판매에 대해선 아이를 둔 가족 고객의 불만도 꾸준히 나와 오히려 판매를 중단할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담배는 여전히 주요 매출원이지만 정점을 찍었다. 로손 편의점은 지난해 2월 전체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25.2%로 2014년 2월에 비해 2%포인트 내려갔다. 게다가 20대 흡연율은 2017년 기준 남자 26.6%-여자 6.3%로 2007년(47.5%-16.7%)에 비해 급격하게 떨어졌다. 미래를 위해 잡아야 할 고객층의 기호가 달라진 셈이다. 간접흡연 방지 조례를 계기로 세븐일레븐에는 재떨이와 관련한 피해 민원이 4배로 늘었을 만큼 일본 사회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건강·미용 등을 앞세운 드러그스토어, 편리한 인터넷쇼핑몰에 편의점이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70년대에 슈퍼마켓, 은행 등의 고객을 흡수해 성장한 편의점이 이제는 낡은 사업모델을 쇄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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