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 유통주…기다리면 오를까?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9.02.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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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쇼크' 수준 실적에 롯데마트·이마트 줄줄이 목표주가↓…온라인 대응력 확보가 관건

롯데마트 서초점 간편채소 매장의 소용량, 소포장 상품을 중심으로 한 진열롯데마트 서초점 간편채소 매장의 소용량, 소포장 상품을 중심으로 한 진열


유통주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올해도 실적 개선을 이루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소비 양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1인 가구 소비가 늘면서 대용량 위주의 대형마트 고객 자체가 줄었다. 그마저도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면서, 온라인 경쟁은 심화됐다. 대형마트들이 삼중고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현재 롯데쇼핑 (69,700원 0.00%)은 전일대비 3500원(1.81%) 떨어진 19만원을, 이마트 (63,600원 ▲600 +0.95%) 역시 전일대비 5000원(2.75%) 떨어진 17만7000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주가 하락은 부진한 실적에 기인한다. 지난 14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대감에 소폭 상승세를 탔던 롯데쇼핑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롯데쇼핑은 지난 4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3984억원, 영업이익 903억원을 올렸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7.6%, 영업이익은 73% 급감한 수치다. 시장 기대치인 영업이익 2302억원에 턱없이 못미친다. 순이익은 448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 감소에 각종 일회성 비용까지 더해지며 실적 하락 폭이 깊어졌다. 백화점 부진 점포 구조조정 관련 비용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총 654억원이, 청도 HK 미분양 주차장 관련 손실이 260억원 발생했다.

그렇다고 일회성 비용 탓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일회성이라고 말하기는 민망한 실적"이라며 "향후 중국 백화점 관련 구조조정 비용이 추가로 집행될 수 있고 국내 중소형 백화점 구조조정시에도 손실 발생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화점 영업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마트와 슈퍼, 하이마트 등 향후 실적 부진폭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롯데쇼핑은 사실상 상장 후 전개했던 모든 사업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들은 줄줄이 목표 주가를 낮췄다. 올해 실적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얘기다. 온라인 소비가 늘면서 오프라인 할인점과 백화점 잡화 부문의 성장 가능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실적 하회 이유는 잡화 중심의 백화점 성장 둔화, 할인점 부진 등"이라며 "올해 온라인으로 빠른 구매 이전에 따라 할인점 일반 상품과 백화점 잡화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오프라인 채널 개선 둔화를 반영해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15% 하향 조정, 목표주가는 26만원에서 22만원으로 낮춘다"며 "롯데쇼핑의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은 온라인 침투율 상승에 대응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 강화와 판관비 절감 통한 고정비 감소로 본업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차 연구원은 "(27만5000원이던) 롯데쇼핑의 목표주가를 23만5000원으로 낮추고, 투자의견 변경은 분기별 실적 흐름을 더 살펴본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마트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마트의 지난 4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5.3% 증가한 4조6785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55.9% 감소한 614억에 불과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분기 할인점 기존점 신장률이 -8%로 매우 부진했고 매출총이익률 또한 소폭 하락해 할인점 부분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53.1% 감소한 영향이 컸다"며 "온라인 부분 총매출액은 증가했지만 판촉비 증가에 따라 영업손실은 89억원으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실적 개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다만 실적 부진이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된만큼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허나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온라인 경쟁이 지속돼 쉽지 않은 영업환경이지만 우려가 이미 반영된 만큼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프라인 비용 효율화와 온라인 사업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될 때 모멘텀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오 연구원은 "올해 온라인 식료품 시장 내 경쟁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적인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며 목표주가를 32만5000원에서 23만5000원으로 낮췄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 하락은 오프라인 할인점의 경쟁력 훼손, 온라인몰 경쟁 심화 등에 대한 우려를 높인다"며 "당분간 성장, 수익성 개선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목표주가를 27만원으로 10% 낮춘다"면서도 "다만 이같은 실적 부진을 반영해 하락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박스권 하단에 접근한 것으로 판단, 매수 의견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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