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버스 운전 3개월 "퇴근 후 몸이 가벼워졌다"

머니투데이 서민선 인턴기자 2019.02.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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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거림 없어 어르신들 안전 향상, "움직이는 공기청정기 모니 뿌듯"', "난방시간은 좀 더 걸리는 듯"

서울시내 유일한 수소전기 시내버스 405번의 운행 모습./사진=서민선 인턴기자서울시내 유일한 수소전기 시내버스 405번의 운행 모습./사진=서민선 인턴기자


"버스를 운행하는 것만으로도 시내 공기질을 개선할 수 있다니 뿌듯하고, 몸이 가볍다."

지난 15일 오후 4시쯤 서울 서초구 염곡 차고지에서 만난 405번 버스기사 김영철(48)씨는 수소전기버스를 운행해보니 어떻냐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요즘 미세먼지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동하는 공기청정기’라고 불리는 버스를 운행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밝게 웃었다. 김씨는 현재 서울에서 한대뿐인 수소전기 시내버스 기사 중 한 명이다.



국내 최초 수소전기버스의 서울시내 시범주행이 운행 오는 21일로 3개월을 맞는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1일부터 현대자동차, 시내버스 회사와 업무협약(MOU)을 통해 405번(염곡동~시청) 노선에 수소전기버스 한대를 투입했다.

김씨는 수소전기버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피로도 적음'을 꼽았다. 한 번 운행에 약 3~4시간, 하루의 반나절을 버스에서 앉아서 보내는 만큼 승차감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마을버스 2년, 시내버스 7년 경력의 김씨는 "수소전기버스가 소음, 진동이 거의 없어 일반버스, CNG(천연가스버스)를 운행하던 때보다 피로도가 훨씬 적다"며 "퇴근 후 전보다 몸이 가볍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주변 동료들로부터 부러움도 산다. 옆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동료기사 전모씨(37)는 “수소(전기)버스를 타봤는데 확실히 CNG보다 승차감이 좋더라”며 “하루빨리 수소 충전소 인프라가 확충돼 수소버스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3개월 간 운행해 본 결과 수소전기버스가 울컥거리지 않아 시민들에게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언덕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 자동기어변속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노선 특성상 일부 구간에서 어르신들이 많이 타신다”며 “언덕이 많은 이태원·보광동 쪽을 지날 때, 이전(CNG버스)보다 뒤로 밀림 등이 없어 특히 어르신들에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15일 4시 30분쯤 운행에 나서는 김영철 405번 수소전기 시내버스 기사./사진=서민선 인턴기자15일 4시 30분쯤 운행에 나서는 김영철 405번 수소전기 시내버스 기사./사진=서민선 인턴기자
수소전기버스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김씨는 "개인 승용차를 구매한다면 꼭 수소전기차로 살 것"이라며 수소전기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오는 8월 시범사업이 끝나면 서울에 더 많은 수소전기버스가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수소전기버스 대중화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충전소 인프라 부재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수소충전소가 양재·상암 두 곳 뿐이다. 405번 버스는 현대차가 운영하는 양재그린스테이션에서 아침마다 수소를 충전한다. 한 번 충전에 최대 371km를 갈 수 있어 하루 4~5회 운행까지 가능하지만 시범 운행 기간이기 때문에 3회만 운행하고 있다.

버스를 탄 시민들도 더 많은 수소전기버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매일 출퇴근하면서 405번 버스를 이용한다는 안모씨(35)는 “지금까지 한 10번은 (수소전기버스를) 타봤다”며 “승차감도 좋지만 무엇보다 공해가 안 생기니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소전기버스를 처음 타봤다는 박모씨(57) 역시 “매번 듣기만 했던 수소전기버스를 직접 타보니 확실히 소음과 진동이 덜 느껴져 차멀미도 덜 한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버스가 쾌적하고 실내 디자인이 예뻐서 좋다”고 말했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김씨는 “CNG버스에 비해 난방이 약하다”며 “버스 전체가 따뜻해지는 시간이 (CNG버스에 비해) 조금 더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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