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세계는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의 시대다. 선두에 선 미국은 혁신 기술을 앞세운 기업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첨단 IT기업들이 전통기업들을 밀어내고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을 앞세운 중국의 첨단기술도 미국의 턱밑까지 와있다. 전통의 부품산업 강자인 독일과 일본은 첨단기술을 실현시키는 최고의 부품을 제공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혁신은 불확실성이 높다.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수많은 실패의 경험이 있어야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 혁신이다. 실패는 혁신의 자양분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실패가 잘 용인되지 않는다. 과거 효율을 중요시하는 압축성장의 경험, 작은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치열한 경쟁 환경 등이 그 주요 원인일 수 있다. 실패하면 재기도 어렵고 사회안전망도 잘 구축되어 있지 않다 보니 개인들도 실패 가능성이 높은 혁신에 과감히 도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적당히 성공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운 기존의 경제구조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구축하는 등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적 재산권을 확실히 보호하며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통해 혁신의 유인과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정보불확실성과 금융기관들의 심사능력 부족, 부실대출에 대한 과도한 부담 등으로 시장에서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은 과소 지원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책금융기관들이 혁신기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여 시장기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혁신의 시대에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조금 덜 잘 사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도태되어 버릴 수 있다. 혁신은 더 잘 살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점을 인지하자.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