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 해외자원개발 나선다…상장몸값 높여야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2.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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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해외 정유·석유화학에만 투자해와…사우디 경제개혁 좌절되며 기존 핵심 사업 강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과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 장관. /AFPBBNews=뉴스1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과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 장관. /AFPBBNews=뉴스1


사우디아라비아가 처음으로 해외 원유 및 천연가스 자원 개발에 나선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칼리드 알팔리 회장은 "세계가 아람코의 주요 무대가 될 것"이라면서 "더 이상 사우디 자원만 사용하며 내부에만 집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업체지만 해외 에너지 자원 탐사·개발 사업에는 손대지 않았다. 대신 석유 매장량 세계 2위인 사우디 내 자원만 사용하고 해외 정유 및 석유화학업체에만 투자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등 다른 글로벌 에너지기업처럼 해외에서도 원유 및 천연가스를 생산하겠다는 것. 알팔리 장관은 "우리는 그 어떤 기업보다 (에너지 탐사·개발 사업을) 잘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알팔리 장관은 이어 아람코가 초기에는 천연가스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천연가스 수요의 상승률이 원유 수요 상승률을 앞지르자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천연가스 시장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전 세계 천연가스 소비는 전년대비 3% 상승했다. 특히 중국이 대기오염을 줄이겠다며 난방·발전용 연료로 석탄 대신 천연가스를 택하면서 중국 내 소비가 30%나 올랐다. 이에 사우디는 현재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와 호주를 주요 투자처로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과는 이미 천연가스 수출 설비 관련 투자를 논의 중이다.



최근 사우디의 원유의존도를 낮추려는 계획이 부분 좌절되면서 결국 기존 핵심 사업이던 에너지 사업에 더욱 투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사우디의 실세가 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가) 원유에 위험하게 중독됐다"면서 첨단기술·관광·의료 등 다양한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듬해 유가가 급락하면서 사우디는 개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아람코 기업공개(IPO)를 통해 2조달러를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최근 무산됐다. 지난해 사우디 정부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목표한 2조달러를 달성하기 어려워보이자 결국 IPO를 무기한 연기한 것. 이로 인해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자금 마련에도 차질이 생기는 등 사우디 정부의 개혁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알팔리 장관은 "비극적이고 불행한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투자 심리에) 먹구름이 끼기는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사우디를 멀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아람코가 주식상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은 아람코가 전 세계 석유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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