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남양유업의 배당확대 거부를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9.02.1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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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이 배당을 확대하라는 국민연금의 요구를 거절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배당을 해봐야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이익이 한쪽으로 쏠리고 사내유보금을 통해 재무구조 건전성을 높여 장기투자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해왔다는 게 남양유업 측의 주장이다.

'이익을 유보해 재투자하는 방법으로 성장성을 높히겠다'는 얘기는 기업들이 배당을 요구하는 주주들에게 항상 해왔던 변명이다. 실제로 경제성장이 폭발적인 시기에는 자금을 외부로 유출하기보다 이를 성장판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그러나 성장률이 낮아진 지금은 유보금을 쌓아두는 것이 답이 아니다. 배당을 늘려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주주들에게도,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18.5%에 불과한 초우량 기업이다. 남양유업 말대로 대주주(지분률 53.85%)에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 우려됐다면 차등배당 제도를 활용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이 남양유업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남양유업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들은 성장을 이유로 배당을 회피해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은 1.93%, 코스닥 상장사는 0.64%로 집계됐다.



이 같은 배당수익률은 전 세계에서 최저 수준으로 러시아(5.9%) 영국(4.4%) 호주(4.4%) 미국(2.4%) 등 선진국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2.3%) 인도(1.4%) 등 개발도상국에도 못 미치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저성장 사회로 진입한 지금, 이같은 기업의 배당 행태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압력이 정당한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손대기 시작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선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배당 확대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듣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짠물 배당'을 해온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배당 수준은 아직 글로벌 평균까지도 갈길이 멀다. 최소한 평균 수준의 배당을 실행하고 나서야 경영 부담이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태성 기자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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