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뉴스1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재판부는 모두 16곳이다. 이 중 이번 양 전 대법원장 사건 배당에서 형사합의21부, 23부, 24부, 25부, 28부, 30부, 32부 등은 인사와 사무분담 변경 문제로 배당에서 제외된다.
이런 점들을 따져봤을 때 실질적으로 배당 가능한 재판부는 22부, 26부, 29부, 34부, 35부, 36부 등으로 꼽힌다. 이 중에서 34부, 35부, 36부가 배당 가능성이 높다. 세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신설된 곳으로,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송인권 부장판사, 박남천 부장판사, 윤종섭 부장판사가 각각 재판장을 받고 있다. 다만 36부는 이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16기) 사건을 맡고 있어 배당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다.
다른 변수도 많다. 임 전 차장 사건의 경우 전산추첨에 앞서 형사재판장 합의까지 거쳐 배당이 이뤄졌음에도 우배석판사였던 임상은 판사가 공정성 논란으로 교체된 바 있다. 임 판사가 과거 전국법관회의에서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게 문제가 됐다. 임 판사가 재판 시작 전부터 유죄의 심증을 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놓고 판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활발했던 만큼 같은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40년 넘게 판사 생활을 한 양 전 대법원장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재판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재판부 배당 이후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은 적시처리 사건으로 지정돼 집중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 4회 재판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제대로 된 변론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양 전 대법원장 쪽에서 재판을 사실상 거부할 수 있다. 이미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들이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전원 사임했다. 형사재판은 변호인이 있어야 진행되기 때문에 상당 기간 재판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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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와 법리적용을 판단하는 심리 절차에서도 조목조목 공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개입 의혹 등 여러 혐의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입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주요 죄목으로 적용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법리적으로 성립하는지를 두고도 긴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법원 내 전산망에서도 윗선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따랐던 행정처 판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피해자로 볼 수 있는지, 누가 피해자인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가해자로 지목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지를 놓고 판사들 사이 언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