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도…삼성·LG전자 세탁기 끄떡 없었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19.02.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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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세이프가드 발동에도 지난해 美 점유율 40% 육박…월풀은 3년 연속 하락해

트럼프 압박에도…삼성·LG전자 세탁기 끄떡 없었다


미국 정부가 한국 세탁기를 겨냥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지 1년이 지났지만 삼성전자 (76,900원 ▲600 +0.79%)LG전자 (90,800원 ▲200 +0.22%)의 시장 점유율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G전자는 세이프가드 발효 후 점유율이 오히려 상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재계는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고급화 전략과 현지 공장 조기가동 등 효율적 대응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압력을 극복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매출기준)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19.2%, 17.2%로 1~2위를 차지했다.

2017년 20.1%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19% 초반대로 소폭 하락했지만, '부동의 1위'를 자리를 지켰다. 2016년까지만 해도 월풀(18.5%)을 뒤쫓던 LG전자(16.5%)는 2017년 16.8%의 점유율로 월풀(16.3%)에 역전했고, 지난해에는 17%를 넘어섰다.



양사의 이 같은 실적은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압박을 극복한 결과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7일 한국 세탁기를 겨냥한 세이프가드에 정식 서명하고 1년 가까이 견제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흔들림이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월23일 백악관에서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에 서명한 후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AP 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월23일 백악관에서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에 서명한 후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AP 뉴시스
반면 세이프가드 청원 당사자인 월풀의 점유율은 2016년 18.5%에서 2017년 16.3%, 2018년 15.8% 등 3년 연속 하락했다. 월풀은 지난해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때문에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세이프가드 이후 시장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선방'은 매년 신제품을 선보이는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삼성전자 세탁기는 지난달 초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9'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LG전자 드럼 세탁기는 지난해 10월 미국 유력 소비자 전문매체인 CR(컨슈머리포트)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북미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 바이가 최근 집계한 가장 많이 팔린 드럼 세탁기 '톱10' 중 삼성전자(3개)와 LG전자(5개)가 8개나 이름을 올릴 정도로 현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와 테네시주의 현지 공장을 예정보다 빨리 가동해 세탁기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약 3억8000만 달러(약 4047억원)를 투자해 현지에서 연간 약 10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연간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탄탄하다"며 "올해 예정됐던 신제품이 출시되면 세이프가드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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