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 미국 수입품에 年950억 보복관세 부과 허용"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2019.02.0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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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세탁기분쟁 승소 후속조치… 전문가 "즉시 적용보다 자동차 232조 대응 카드로 활용해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본사에서 열린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관련 민관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본사에서 열린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관련 민관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한국에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간 8481만달러(약 953억원) 규모의 ‘양허정지’(보복관세 부과)를 허용했다. 2016년 9월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세탁기분쟁(DS464)에서 승소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중재재판 결과, WTO 분쟁에서 패소하고도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지 않은 미국에 대한 양허정지 상한액을 연간 8481만달러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중재재판부는 또 앞으로 향후 미국이 문제 된 반덤핑 조사기법을 수정하지 않고 세탁기 외 다른 한국산 수출품에 적용할 경우, 수출 규모와 관세율 등에 따라 추가로 양허를 정지할 수 있는 근거를 인정했다.

양허정지는 말 그대로 상품 등에 대한 관세를 인하 또는 철폐한 양허를 중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국(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품 등에 양허 이전 수준의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다. 양허정지는 미국이 WTO 판정을 이행할 때까지 매년 할 수 있다.



이번 양허정지는 미국의 WTO 판정 불이행에 대한 후속조치다. WTO 협정에는 통상분쟁과 관련해 승소국이 패소국의 판정 미이행에 대응할 수 있게 양허정지 신청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양허정지 품목은 정부가 모든 미국산 수입품목 중에 고를 수 있다.

앞서 미국은 2013년 1월 한국산 세탁기에 ‘표적덤핑’을 이유로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 관세율은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가 9.29%, LG전자 (90,800원 ▲200 +0.22%)가 13.02%였다. 정부는 같은 해 8월 미국의 제재가 WTO 반덤핑·상계관세 협정 위반으로 제소했고, 2016년 9월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미국은 WTO 판정을 이행기관인 2017년 12월 26일까지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월 WTO에 미국산 수입제품에 대한 연간 7억1100억달러 규모 양허정지 승인을 요청했다. 미국과 양허정지 규모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WTO 중재재판 절차에 들어갔고 연간 8481만달 규모로 최종 판정됐다. 판정금액은 정부가 주장한 금액의 11.9% 수준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청 금액은 최대 가능한 피해액을 산정한 것으로 과거 판례를 보면 보통 신청 금액의 1∼50%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양허정지는 정부는 판정금액을 기준으로 어떤 미국산 수입품목에 얼마의 관세를 매길지 정해 WTO에 통보하면 적용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곧바로 미국산 수입품목에 양허정지를 적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자동차 관세 부과 대상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양허정지 조치가 미국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통상전문가는 “판정금액을 볼 때 양허정지 조치에 대한 실익이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과의 자동차 232조 협상에서 우리 측의 협상카드로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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